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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서도 홀대 받는 한국전통 수행법 ‘염불’

  • 교계
  • 입력 2016.11.04 14:16
  • 수정 2016.11.07 10:42
  • 댓글 1

조계종 8대 총림 실사 결과
염불원 운영은 덕숭총림뿐
덕숭총림 염불원도 운영미미
종단 지정 봉선사 염불원도
입방신청자 없어 ‘유명무실’
한국불교 수행전통 왜곡우려

조계종 8대 총림이 종합수행도량으로서 선원과 강원, 율원, 염불원을 두도록 한 총림 구성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교·율과 함께 한국불교의 전통수행법으로 꼽히는 염불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염불원을 운영하는 곳은 8대 총림 가운데 덕숭총림이 유일해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림실사특별위원회가 8대 총림의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해인총림을 비롯한 7대 총림이 염불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해인총림 전경. 문화재청 제공
조계종 중앙종회 총림실사특별위원회(위원장 초격 스님)는 최근 8대 총림의 운영실태를 조사한 실사보고서를 제207차 정기중앙종회에 제출했다. 총림법에 따르면 총림은 선교율을 겸비하고 학덕과 수행이 높은 본분종사인 방장의 지도하에 스님들이 모여 수행하는 종합수행도량이다. 또 총림을 구성하기 위해 선원, 승가대학(승가대학원), 율원(율학승가대학원) 및 염불원 등을 설치 운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8대 총림 가운데 종법에 규정한 4대 수행·교육기관을 모두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총림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정총림 범어사·영축총림 통도사·팔공총림 동화사·해인총림 해인사·고불총림 백양사·쌍계총림 쌍계사·조계총림 송광사는 모두 염불원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덕숭총림 수덕사는 염불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율원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현재 조계종 8대 총림 모두 총림법에 규정된 종합수행도량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다만 총림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기관을 1년 이상 운영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어 당장 해제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8대 총림이 종합수행도량이라는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총림이 염불원을 운영하지 않아 한국불교의 수행전통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염불수행은 삼국시대 이래 한국불교에서 가장 대중화 수행법 가운데 하나였다. 신라 발징 화상은 중생들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며 고성 건봉사에서 염불만일결사를 진행했고, 고려시대에는 의천·요세·보우·나옹 스님 등을 중심으로 염불수행이 종파를 넘어 폭넓게 받아들여졌다.

조선시대에도 함허·서산·사명 스님 등은 선과 염불을 융합한 ‘선정일치(禪淨一致)’를 내세우며 염불을 중시해왔다. 특히 “참선과 염불이 마음을 닦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강조한 청허 휴정 스님은 ‘경절문(화두 참구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문)’ ‘원돈문(화엄학을 중심으로 한 교학)’과 더불어 염불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의미로 ‘염불문’을 제시했다. 이후 청허 휴정 스님의 제자인 편양 언기 스님에 의해 ‘삼문수행’은 체계화됐으며 조선후기 한국불교의 수행체계로 자리매김했다.

이종수(전남대)·김용태(동국대) 등 조선불교연구자들에 따르면 조선후기에 이르러 염불수행은 선·교와 더불어 나란히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문의 하나로 정착됐다. 특히 이 시기 스님들의 행장을 보면 선원과 강원, 염불당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며 각각의 수행방법을 통일적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현대 들어 ‘선종’을 표방한 조계종이 출범하면서 염불은 홀대받기 시작했다. 특히 지나치게 ‘화두선’만 강조되면서 스님들 사이에서 염불은 ‘하근기’ 수행법 정도로만 취급됐다. 1967년 해인총림을 시작으로 속속 설립된 총림에서마저 염불원은 설치되지 않아 염불수행은 철저히 외면됐다.

그나마 2012년 덕숭총림이 임회 결의를 통해 처음으로 염불원을 설치했지만 총림 강원 일부 학인과 몇몇 대중들만 이용해 명목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조계종이 염불수행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삼장원·염불원법’을 제정, 안거기간 동안 종단에서 지정한 염불원에서 수행한 스님들에게도 안거이력에 포함시켜 주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고 있다.

2014년 종단으로 지정된 봉선사 염불원의 경우 매년 안거 때마다 입방공고를 내고 있지만 신청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한국불교의 전통수행법 가운데 하나인 ‘염불’이 종적을 감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0월31일 열린 총림실사특별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쏟아졌다. 한 특위위원은 “종합수행도량으로 불리는 총림에서조차 염불을 외면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며 “염불원에 대한 개념 정립과 운영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총림실사특별위원회는 “염불원을 안거기간이 아닌 산철에도 운영해 안거이력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삼장원·염불원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중앙종회에 제안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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