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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화암 스님과 삼화사 장아찌

화식에 따른 과식이 문제…생식 병행하며 건강 지켜야

▲ 일러스트=강병호 작가

포천 동화사 주지 화암 스님은 조계종의 목소리로 불린다. 어산작법학교 교수이자 염불교육지도위원장인 스님은 한국불교계에 처음으로 우리말 예불천수경을 CD로 제작해 대중에 유포함으로써 불교의례의 현대화와 한글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말 의례와 염불이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장엄되기를 기원하며 대중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은사 스님, 밥 대신 생식
끼니때 1~2숟갈만 섭취

송이장아찌·묵 장아찌는
삼화사에서 최고의 별미

3년 된 장에 꽂아놓으면
절로 맛있는 장아찌 완성

스님은 14살 되던 1968년 삼척 두타산 삼화사에서 성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1년 월정사 탄허 스님에게 사미계를 받고 해인사 강원을 졸업한 후에는 제방선원에서 안거수행했다. 그러던 중 1980년 은사스님이 입적해 남양주 봉선사 회주 밀운 스님에게 건당한 뒤 불교의례의 한글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조계종 포교연수국장, 포교연구실장, 의례의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염불교육지도위원장 소임을 맡고 있다.

출가 당시 삼화사는 은사 성암 스님을 비롯해 원주스님과 4명의 행자, 공양주 보살과 거사 등 10여명의 대중이 생활하는 곳이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출가해 따로 소임을 맡지는 않았지만 상행자들과 공양주의 일을 곁에서 거들어야 했다. 그렇게 4년간 어깨 너머로 배운 음식에 관한 것들이 평생 몸에 익어 웬만한 음식은 혼자서 너끈히 해낼 수 있다.

삼화사는 철저히 발우공양을 했다. 스님과 행자는 물론 공양주와 거사까지 대방에서 같이 공양을 해야 했다. 은사스님은 밥그릇을 다루고 수저를 쥐고 하다못해 음식을 씹는 법까지 일러주었는데, 무엇보다 음식을 다루는 경건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엄하게 지도했다. 특이한 점은 은사스님은 밥을 드시지 않고 생식을 했다는 것이다. 콩과 솔잎, 쌀, 수수, 율무 등을 갈아 끼니때마다 1~2수저씩 드셨는데, 밥은 드시지 않아도 꼭 대방에서 대중들과 함께 공양을 했다.

“은사스님은 계율에 관한한 결코 예외를 두지 않았습니다. 절에 들어온 물건은 무엇이라도 보시의 은혜가 깃든 공양물이기에 소중히 다뤄야 한다며 밥풀 하나도 버리는 법이 없었습니다. 스님의 이러한 원칙은 재가자라고 예외를 두지 않았습니다. 사중에서는 사부대중 모두 철저하게 계행을 지켜야 했습니다.”

대쪽 같은 은사스님의 성품에 화암 스님은 숱하게 야단을 맞았다. 공양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아예 밥을 주지 않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예불을 모신 뒤에는 법당 주변 잡초를 뽑거나, 산에 올라가 자신이 맡은 만큼의 나무를 해 와야 했다. 특히 예불을 빼먹으면 공양할 자격이 없다면서 하루 종일 굶겼기에 예불만큼은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지켜야 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사시불공 때 따로 마지를 올리지 않았고, 감자나 고구마로 공양을 대신했다. 이유는 신도들이 절에 와서 사시기도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농사를 짓거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낮에는 절에 오질 못했던 것이다. 재나 불공도 일을 모두 마친 저녁에 와서 다음날 새벽예불 끝에 기도를 올렸다. 백중이건 칠석이건 부처님오신날 이건 법회는 항상 새벽시간에 봉행됐다.

삼화사에서 생활하며 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간 기억이 없다. 늘 산이나 들에서 나오는 것들을 채취해 사계절 내내 먹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형 한 분이 농사를 잘 지었는데 한 겨울에도 고수나물을 키워낼 정도였다. 키워낸 고수는 간장으로 양념한 겉절이로 즐겨 먹었고, 무나 감자, 고구마는 땅을 깊이 파고 묻어 두었다가 필요한 만큼 꺼내 먹었다. 밥은 말린 옥수수 알갱이를 찧어 감자와 함께 넣어 지었다. 딱딱해진 옥수수 알은 방앗간에 가서 한번 부순 뒤에 밥에 넣을 수 있었는데, 이때 방앗간에서 몰래 맛볼 수 있는 옥수수 튀밥은 최고의 간식이었다.

“삼화사 최고의 별미를 꼽으라면 송이장아찌와 도토리묵 장아찌입니다. 장아찌가 최고 별미로 기억되는 것은 삼화사만의 ‘막장’ 때문입니다. 삼화사에는 항상 3년 이상 먹을 장을 준비해 뒀는데, 장은 3년 이상 묵어야 제 맛이 납니다. 막장은 보통 된장과 달리 메주가루에 잡곡을 넣고 간을 해 담급니다. 이 막장에 무나 송이를 꽂아 넣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맛있는 장아찌가 됩니다. 그 맛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도토리 장아찌는 가을에 만들었다. 도토리로 묵을 쑤어 굳힌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그늘에 말린 후 간장에 재워두면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도토리묵 장아찌가 된다. 간장색이 배어 까무잡잡한 도토리묵 장아찌를 썰어 먹으면 양갱처럼 단맛도 났다.

“옛말에 저녁은 ‘약식’이라 했습니다. 저녁밥은 곧 약이기에 조금만 먹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저녁에 너무 많이 먹고 그 결과 몸과 마음을 망치고 있습니다. 웰빙과 웰다잉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에 화식으로 과욕할 게 아니라 자연식을 병행하면서 건강을 지켰으면 합니다. 검소하고 과하지 않게 소식하며 자족하는 삶이야말로 사찰음식에 깃든 가장 중요한 정신일 것입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음식도 자기의 체질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음식을 찾아야 하며, 그 음식을 가려낼 수 있는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게 스님의 당부다. 

정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화암 스님은

1968년 삼화사로 출가했다. 불교의례 한글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조계종 포교원 연수국장, 포교연구실장 등을 거쳐 현재 조계종 염불교육지도위원장 소임을 맡고 있다.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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