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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재사용과 에너지 비용

기자명 최원형

빈병 재사용은 소나무 묘목 한 그루 심는 일

빈병을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사실 우리 집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큰 아이는 재사용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얘기하며 반드시 재사용을 좋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아이가 전하는 얘기에 따르면 음료수 병에서 유리조각 등 이물질이 나오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했다.

사용한 빈병 바로 세척하면
미생물 번식 막을 수 있어
재사용 반대의견 보완해야
미래세대 삶 더 나아질 것

식품안전처에 따르면 2013년 식품 이물 신고 건수는 6400여건에 이른다. 이 중 음료류에서 500건 가까이 이물이 발견됐다. 음료에서 발견된 이물질로 곰팡이가 가장 많았고 벌레, 유리, 플라스틱 금속 등이 나왔다. 재사용을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는 아이의 생각도 이런 근거에서 비롯되었다.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그런데 구더기 무서워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이에게 재사용의 단점 가운데 개선이 가능한 것이 있다면 그걸 개선하는 게 순서이지 이러한 단점이 있으므로 재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일은 재고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이는 수용을 했고 그래서 현재도 우리 집에서는 빈병 재사용을 위해 마트로 빈병을 들고 가서 몇백 원과 맞바꾸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아이가 빈병 재사용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이물질 혼입이었다. 그 단점은 정부관련부처와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서 개선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국내 한 생협에서는 ‘빈병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 빈병 재사용률을 높이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캠페인이다. 이곳에서는 빈병 이어달리기에 동참하는 이들에게 당부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일단 사용하고 난 빈병은 지체하지 말고 세척해줄 것을 당부한다. 시간이 지나 내용물이 말라붙고 나서 다시 씻으려면 바로 씻는 것보다 최대 9배의 에너지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용물을 방치할 경우 심하면 미생물이 번식해서 재사용이 불가할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깨끗이 씻은 빈병은 가능하면 뚜껑을 닫아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미리 예방을 하자는 당부도 있다. 세척을 할 때는 병에 붙은 라벨도 떼어줄 것을 당부한다. 각 가정에서 한두 개의 빈병을 이런 방법으로 관리해서 되돌려주는데도 재사용하는 병 안에 이물질이 발생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음식점에서 빈병에 담뱃재를 떠는 이들을 보게 된다. 이런 행동들은 빈병 재사용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행위일 수 있다. 소비자들의 노력으로 얼마든 개선 가능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단지 귀찮다는 그 생각만 내려놓는다면 말이다.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빈병을 재사용하는 기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빈병 하나를 재사용하므로 해서 300g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덜 사용하게 된다. 300g의 이산화탄소는 컴퓨터 모니터를 10시간 켜놨을 때 혹은 청소기를 1시간 30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양이다. 그리고 이 양은 소나무 묘목 한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한다. 그러니 빈병 재사용에 동참하는 일은 소나무 묘목을 심는 일이다.

일본 생협의 경우는 80%의 빈병이 재사용된다고 한다.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이미 90년대부터 관련 법규와 제도를 만들어 유리병 재사용률을 높이고 있다. 독일에는 ‘판트(Pfand)’ 라는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의 빈용기보증금제도와 비슷한데 차이점이라면 독일은 병뿐만 아니라 페트병과 캔도 환급한다는 것이다. 보증금도 우리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높다. 애초에 물건 구입하는 가격에 환급금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가격으로 붙어있으니 빈병 재사용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독일의 빈병 재사용 횟수는 25회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8회 정도다. 빈병은 5년 이상, 30회 정도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자원과 에너지 낭비 측면에서는 우리가 독일보다 잘 사는 나라인 것만 같다.

뭔가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할 때면 언제나 반대편의 목소리가 생긴다. 반대편의 목소리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으므로 반대편의 목소리를 잘 수용해서 보완해 나간다면 훨씬 탄탄한 제도로 정착하는데 오히려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집안에 빈병이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쌓이면 그걸 들고 동네 마트에 가서 몇백 원의 동전과 맞바꾼다. 몇백 원은 이제 단순한 몇백 원이 아니라 재사용으로 인해 아끼게 될 많은 에너지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몇백 원이 모여 우리 미래 세대들의 삶을 조금은 덜 황폐화시키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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