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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칠성(七星)

불교에서 칠성여래·칠성보살로 불리는 각별한 존재

▲ 인도의 북두칠성을 이루는 칠성현 가운데 한 명인 아가스티야(Agastya)의 조각상. 인도네시아 자바 지역 12세기경. 방콕 국립박물관 소장.

칠성(七星)은 한국 사찰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별자리 신앙으로 현재까지 중요한 민간신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북두칠성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거나 미래를 예견한다는 생각은 서양과 동양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며 별자리에 관계된 신화와 전설도 유사한 이야기를 갖는 경우가 많다. 칠성의 존재는 불교 속에서 칠성여래 또는 칠성보살 등의 이름으로 불릴 만큼 각별한 존격과 더불어 칠성각과 같은 별도의 전각 속에 모시고 있다.

불교의 성수신앙 인도부터 존립
많은 경전에서 천문지식 보여줘
불전은 물론 불화에서도 확인돼

인도선 칠성과 플레이아데스를
불륜때문에 결별한 부부로 묘사
북두칠성 각각은 전설적인 현자

우리나라선 고인돌 별자리 구멍
통해서 오래된 별자리 신앙 확인
무곡성·보성 함께 표현된 게 특징

흔히 불교내의 칠성신앙을 한국의 토착신앙이나 도교적 신앙을 불교가 받아들인 경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으나 이러한 인식은 절반 정도만 옳다고 볼 수 있다. 불교 속의 성수(星宿)신앙은 초기 인도불교부터 존재했으며 불경 속에 존재하는 많은 경전은 다양한 고대 인도의 천문지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등가경(摩燈加經)’ ‘북두칠성호마법(北斗七星護摩法)’이나 ‘범천화라구요(梵天火羅九曜)’ ‘수요경(宿曜經)’, ‘수요의궤(宿曜儀軌)’ ‘치성광불정경(熾盛光佛頂儀軌)’ 등과 같은 불전은 불교를 통해 전래된 천문지식을 잘 보여준다.

이들 경전에 포함된 천문지식 전체가 순수하게 인도로부터 전해진 것이라고는 확언할 수 없어도 상당 부분은 인도의 천문지식이나 불교와 도교의 교섭 관점을 보여준다. 불교의 천문지식이나 성수신앙은 불전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불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특정 탱화는 천문도(天文圖)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을 통해서 여러 차례 연구가 진행된 치성광여래도(熾盛光如來圖) 유형이 그러한 종류가 될 것이다.

북두칠성에 관한 관심 역시 이들 경전과 도상 속에서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데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본래 인도에서 북두칠성의 의미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들의 천문 인식이 불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까.

인도에서 북두칠성에 대한 인식은 ‘타이티리야 상히타’나 ‘샤타파타 브라흐마나’ 등과 같은 후기 베다문헌에 처음 등장한다. 매우 흥미롭게도 이들 문헌 속에는 북두칠성과 묘성(昴星)의 관계가 그려지는데, 이 두 별자리가 부부로 묘사되고 있다. 두 별자리를 부부로 묘사한 것은 육안으로 헤아릴 수 있는 별들의 숫자가 유사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잘 알려졌다시피 묘성(또는 플레이아데스)은 하나의 행성이 아니라 백 수십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성단(星團)이지만 육안으로는 7개 내외로 관찰된다는 점이다. 인도에서는 이 별들을 크리티카(Kṛttikā)라고 불렀다.

어찌된 일인지 고대 인도에서는 북두칠성과 플레이아데스 별자리를 부부로 상정해놓았는데, 문제는 이들 부부의 불화를 먼저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두칠성과 플레이아데스는 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만나지 못하는 부부로 묘사한다.

후대의 문헌들은 일관되게 이들을 불륜(不倫)으로 인해 결별해 있는, 형식적인 부부관계의 별자리로 그리고 있다. 특히 ‘마하바라타(Mahābharata)’에서는 불의 신 아그니(Agni)가 북두칠성의 부인들인 플레이아데스에게 욕정을 품어 그들을 겁탈하고자 했던 일을 묘사한다. 그런데 아그니 신이 일곱 명의 북두칠성 부인들에게 차례로 접근할 때마다 그들의 애정 행각을 엿보고 있던 스바하(Svāhā)라는 여신이 북두칠성 부인들의 모습으로 가장하여 그들 대신 아그니와 성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스칸다가 탄생하게 된다. 북두칠성은 자신들의 부인들이 간통한 것으로 오해해 플레이아데스, 즉 크리티카를 버리게 된다.

▲ 캄보디아 앙코르 지역에 표현된 성현(ṛṣi) 수행하는 모습. 13세기경 프레아 칸(Preah Khan).

이 인도의 신화는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두 별자리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이유를 신화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신화 속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 북두칠성 각각의 별들이 고대 인도에서는 전설적인 일곱 명의 현자(賢者 saptaṛṣi)들을 의미했다는 점이다.

이 현자들은 시대에 따라 약간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략 브리구(Bhṛgu), 앙기라스(Aṅgiras), 아트리(Atri), 비슈바미트라(Viśvamitra), 카샤파(Kaśyapa), 바시슈타(Vasiṣṭha), 아가스티야(Arundhatī) 등의 일곱을 말한다. 이런 현자들은 고대 인도에서 신들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존재들로서 특별한 지위와 기능을 부여한다. 신화적 인물들에게 지혜를 전수하고 무예를 가르치는가 하면, 신적인 초능력을 발휘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들의 모습은 칠성의 집단적 모습으로 묘사되기 보다는 조각이나 그림 속에서 주로 개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들에 대한 신앙도 널리 퍼져서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이들의 조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아가스티야는 남인도와 자바(Java) 등지의 동남아시아에서도 크게 유행했는데 그는 인도의술의 실질적인 창시자로 칭송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존재는 중국에 들어오면서 완전히 다른 이름을 갖게 된다. 한역 불전에 이들에 해당하는 북두칠성 각각의 이름은 탐랑(貪狼), 거문(巨門), 녹존(祿存), 문곡(文曲), 염정(廉貞), 무곡(武曲), 파군(破軍) 등으로 나타난다. 이 별들의 이름은 8세기경 당대(唐代)의 승려였던 구담실달(瞿曇悉達) 등이 편찬한 ‘개원점경(開元占經)’에 처음 나타나는데 이 이후로 한자권 불교에서는 거의 이 이름을 선호하게 된다.

동아시아 불교 경전내의 북두칠성이 인도 점성술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지만, 중국적 변모를 보여주는 몇 가지 독특한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북두칠성 각각의 별들을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두칠성연명경(北斗七星延命經)’에 그려진 북두팔성도(北斗八星圖)를 보면 별들은 모두 여성으로 표현되었다. 이것은 전통적인 인도의 칠성신앙이 투영된 모습이 아니다. 7성현은 당연히 남성으로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반대의 해석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북두팔성도를 보면 염정성과 무곡성 사이에 작은 사람이 하나 표현되어 있는데 이를 두고 ‘북두팔성’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 별은 남성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인도에서는 정반대로 여성으로 표현된다. 불경에서는 이를 보성(輔星)이라고 부르는데 국자 손잡이 쪽에 있는 두 번째 별, 즉 무곡성(武曲星) 옆에 붙어있다. 이 별은 통상 알코르(Alcor)라 부르는 별로서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

▲ 한국 불교사원의 삼성각 또는 칠성각에 모시는 가장 일반적인 칠성탱의 하나. 치성광여래 좌우로 배열한 7성 여래를 볼 수 있다.

이 별의 존재는 인도에서 매우 유명하다. 북두칠성에 ‘홀로 붙어있는’ 이 별은 북두칠성에게 버림받았던 부인들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별이다. 그러니까, 많은 인도 고전 속에서 부정(不貞)한 아녀자로 오해받아 북두칠성 남편들로부터 버림받은 부인은 6명이었고(이에 관한 소개는 1회에 소개한 위태천를 참조), 나머지 한 명의 부인은 자신의 정결을 인정받아 북두칠성과 함께하게 된 여성이다. 이 별의 이름은 아룬다티(Arundhatī)이며, 미자르(Mizar)별인 바시슈타(Vasiṣṭha), 또는 무곡(武曲)의 부인이다. 인도 고전 속에서 이 여인은 정절을 상징하는 매우 유명한 존재이며, 이로 인해 인도인들이 현재에도 이름을 지을 때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인도에서 아룬다티 별의 존재는 북두칠성을 이야기할 때 매우 각별하기 때문에 이 존재가 중국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도상적으로는’ 중국의 화상석에 표현된 보성의 모습이 인도보다도 훨씬 오래전으로 판단된다. 문헌을 제외하고 인도에서는 북두칠성이 별자리 형태로 표현된 조각이나 그와 함께 아룬다티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북두칠성과 관련된 전설과 지식의 전파과정을 고려해볼 때, 이것은 전적으로 인도에서부터 출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곱 명의 성현을 북두칠성으로 표현했다던가 플레이아데스(묘성)를 자매 또는 부인으로 표현한 것은 헬레니즘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사성을 갖는다. 특히 성자들의 부인들이 플레이아데스로 하늘의 별이 된 것이 인도에서는 아그니 때문이며, 그리스에서는 사냥꾼 오리온으로 책임을 돌리기 때문이다.

천문에 관한 인도와 그리스의 상호교섭은 구체적으로 2세기경 ‘야바나 자타카(Yavanajātaka)’등에서 나타나는데, 그리스에서 도입된 천문지식은 유사한 시기 불경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예를 들어 이미 3∼4세기경에 축법호(竺法護)가 번역한 ‘사두간경(舍頭諫經)’에는 27숙(宿)에 대한 서술이 풍부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천문지식이나 칠성신앙 전래와는 별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 구멍들을 통해 가장 오래된 별자리 신앙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5세기 초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는 이러한 신앙이 매우 구체적으로 확인되는데, 다양한 별자리와 천체가 표현된다. 특히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북두칠성의 그림 가운데 무곡성(武曲星)과 더불어 그 옆에 보성(輔星)이 함께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북두칠성의 표현이 인도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고려부터 조선까지 이어지는 치성광여래도 등에 나타나는 북두칠성 뿐 아니라 고려시대의 석관천문도 같은 경우에도 이 보성의 존재가 지속적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미루어 고려의 북두칠성 신앙과 지식은 고구려의 그것을 계승한 것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심재관 상지대 교양과 외래교수 phaidrus@empas.com
 

[1367호 / 2016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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