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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위해 전쟁 벌이는 인간의 이중성을 말하다

  • 문화
  • 입력 2016.11.17 14:07
  • 수정 2016.11.17 18:08
  • 댓글 1

이형우 개인전 ‘뭐시 중한디?’
영화-신화 속 인물 패러디 해
소음과 침묵-전쟁과 평화
인간의 이중성 해학으로 표출
서초동 갤러리 쿱서 29일까지

▲ 이형우作, '소리 Sound', 65.1*90.9cm, 캔버스에 아크릴.
이형우 화가가 서울 서초동 갤러리 쿱(Coop)에서 17일 15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주제는 'What is important?' 작가의 고향 ‘광주 언어’로 번역하면 ‘뭐시 중헌디?’다.

전시된 열 네 작품 중 영화 스타워즈 속 다스 베이더와 오딧세이에 등장하는 스핑크스가 한 화폭에 자리한 ‘다스 베이더와 스핑크스'가 눈에 띄었다. 소재를 패러디 했다는 건 알겠는데 둘의 관계성이 모호하다.

“남자라 하겠지만 실은 인조인간에 가까운 다스 베이더, 여자의 얼굴이지만 사자의 몸을 가진 스핑크스. 둘이 짊어진 운명이 같습니다. 자살이죠!”

다스베이더는 죽어 가는 아들을 위해 다스 시디어스를 안고 죽음의 공간으로 뛰어 내렸고, 스핑크스는 자신이 낸 수수께끼를 청년 오이디푸스가 풀자 수치심을 못 이겨 언덕에서 뛰어 내렸다. 인조인간 다스 베이더, 반인반수 스핑크스. 둘 모두 ‘사람의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묻는 듯하다.

“둘은 인간입니까?”

다스 베이더는 작품 ‘소리(Sounds)’의 화폭 오른쪽에 또 한 번 등장한다. 중간에 위치한 흑인은 가수임에 분명하다. ‘파트 타임 러버(part time lover)‘를 불렀던 스티비 원더일까? 왼쪽에 자리한 인물은 금방 알겠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 나온다. 뭉크의 절규 속 인물이 손바닥으로 두 귀를 막고 있는 것과 비교해 이형우의 절규 속 인물은 손가락으로 두 귀를 꽉 틀어막고 있다. 가수의 노랫소리도 듣기 싫다는 절규의 몸부림인가? 그렇다면 다스 베이더는 왜 서 있는 것일까? 가만 보면 전차도 한 대 버젓이 있다.

“오딧세이에는 사이렌이 등장합니다.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한 후 섬에 오른 사람은 누구든지 파멸시켜버립니다. 오이디푸스도 그 섬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병사들의 귀를 막고, 자신은 돛대에 몸을 묶어 놓고는 사이렌의 노래를 감상하며 유유히 섬을 지나갔습니다.”

부하들은 노를 저을 수 있었지만 듣지 못해 섬으로 가지 못했고, 자신은 들을 수 있었으나 몸이 묶여 있어 섬에 갈 수 없었다. 배는 무사히 섬을 지나갔고 죽은 사람은 없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와 함께 오이디푸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다스 베이더의 형상에 오이디푸스 지혜를 중첩해 놓았다 보면 될 듯싶다.

▲ 작품 '뉴 만다라'와 이형우 화가.
“뉴욕에 갔을 때 지하철서 흥겹게 노래를 감상하거나 길거리서 신나게 노래하는 흑인들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끌려 와 목화 따던 흑인들이 불렀던 ‘노동요’ 중에는 비장함을 넘은 흥겨운 곡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절망에서도 희망을 노래해 오던 흑인들이 참 멋져 보였습니다.”

그런데 왜 듣지 않으려 귀를 막고 있는 것일까?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희망을 안겨 줄 지혜의 말씀과 노래이지 않은가? 반전의 대답이 돌아왔다.

“고전에 담긴 말도, 감미롭게 들려올 수 있는 멜로디도 싫증 날 때 있지 않습니까? 그냥 적적함 속에 혼자 있고 싶을 때 있지 않습니까?”

법정 스님의 말씀을 빌리면 ‘거룩한 침묵’속에 젖어보려는 작가의 심중이요, 소음 속에 자신의 목소리조차 잊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전해보려는 ‘침묵의 초대장’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이중성도 함축하고 있었다.

“자식을 위해 죽음으로 뛰어 든다는 건 자신을 위해 남도 죽일 수 있음을 반증합니다. 평화라는 허명 아래 수 많은 전쟁이 푸른 행성에서 일어났고, 앞으로도 벌어질 게 분명합니다. 사랑이 넘치기를 소원한다면서 그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이 짊어진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작가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들을 패러디 해 우리의 일그러진 단면이나 어두운 일면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심각성을 토대로 한 접근이 아니라 잔잔한 미소로 접근 한 오늘날의 현실세계다.

그의 작품 ‘뉴 만다라’ 앞에 잠시 서 있어 보기를 권한다. 어려서부터 펜으로 무엇인가를 그렸던 사람, 집 안 벽에 그림 그리다 혼이 나면 바람에 날려가는 종이라도 잡아 놓고는 몽당연필 꺼내 산과 들, 고양이와 개를 그려 넣었던 유년의 화심(畫心) 담긴 작품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림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화가가 다시 묻는 듯하다.

“당신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신지요?”

우리가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전시회는 11월29일까지 열린다. 27일 오후 3시에는 이형우의 ‘길 따라 떠나는 고흐 이야기’ 강연도 마련돼 있다.

한편 이형우 초대전을 기획한 한국화가협동조합은 '그림을 통해 좀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로 지난 해 5월 창립됐다. 화가가 좀 더 나은 여건에서 그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24개 후원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02)6489-8608

채문기 본지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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