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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인이 아니에요!”

장애인에겐 시선도 큰 폭력
가족도 혹독한 고통 시달려
불교에선 모든 이가 ‘장애인’

법보신문은 최근 불교계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의 학대 의혹 사건을 보도했다. 휠체어에 앉아 간헐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장애인에게 건장한 남성 사회복지사가 다가가 입을 틀어막고 팔을 비트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이곳에서 지속적인 폭언과 학대가 이뤄졌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 기사와 영상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은 늘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장애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할 담당자가 되레 장애인을 학대했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이는 학대를 당한 사람뿐만 아니라 학대를 한 사람에게도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장애는 침묵과 기피, 두려움의 대상이다. 장애를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장애인은 물론 그 가족들에게도 혹독한 고통을 안겨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애아를 키우는 가족들도 당사자 못지않은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 심한 죄책감에 병적 증상까지 나타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장애아를 둔 많은 어머니들이 헌신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꿈과 젊음을 희생시킨다. 여자로서의 삶과 사회생활도 포기한 채 아이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다. 아버지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노벨문학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장애가 있는 아이와 함께 살다 보면 매일 지옥을 통과하는 단테의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는 말처럼 도피와 책임 사이를 오가며 아이에게 부재의 상태로 남기 십상이다. 형제자매들은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짜 무관심’을 선택하거나 반대로 장애형제를 돌봄으로써 부모의 관심을 받는 ‘보상행동’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가장 큰 희생자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라 할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슬픔을 보며 성장하고 온갖 차별을 겪으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괴감을 갖게 된다. 욕설이나 물리적 폭력에 쉽게 노출될뿐더러 언제 어디서나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시선의 폭력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로 20여년간 장애아와 그 가족들을 돕고 있는 시몬느 소스의 저서 ‘시선의 폭력’(2016, 한울림스페셜)에는 마리와 폴이라는 장애아들 얘기가 소개된다. 어린 마리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는 다운증후군인데 넌 뭐야?”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폴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장애인이 아니에요!”라고 소리치며 대든다. 장애아의 정체성을 ‘우수’와 ‘열등’이라는 용어로 규정하고, 한 개인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장애라는 단 한 가지 요소로만 바라보려는 이들에 대한 가녀린 저항의 몸짓일 수 있다.

▲ 이재형 국장
시몬느 소스는 같은 것과 다른 것을 대립시키는 이분법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완전히 나와 똑같거나 근본적으로 무관한 사람도 없으며 오직 하나의 인류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진리에 눈을 뜨지 못한 모든 이들이 장애인이다. 탐냄과 분노와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무명으로 인해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존재들이다. 여기에 예외란 없다. 상대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서로 돕는 진리의 길을 걸어야하는 도반이다. 지혜와 자비심이 없는 세상, 그것은 삼악도일 따름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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