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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제(一闡提)

촛불이 태우고자 하는 대상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파탄 책임을 묻기 위해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매주 토요일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광화문 일대는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촛불이 거대한 바다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근대사는 영욕의 역사였다. 치욕스런 일제강점기를 지나 민족이 서로 갈려 싸우는 처참한 전쟁과 서슬 퍼런 군부독재에 신음한 신산(辛酸)의 세월이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개미처럼 일했다. 그렇게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젊은이들은 독재에 맞서 거리에서 뜨거운 피를 흘렸다. 반세기 만에 우리는 부와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위대한 나라를 일구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비선실세들과 함께 기업의 돈이나 빼앗고 사적 보복을 일삼았다. 꽃다운 아이들을 포함해 300여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바다에서 죽어가는 동안 대통령은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까지도 그 시간에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멀쩡한 의료진을 두고서도 가명으로 몰래 의사를 불러 미용치료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국민들은 얼굴 화끈거리는 치욕을 곱씹고 있다.

대통령은 추문들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자 눈물을 보이며 검찰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만에 돌변했다. 약속과 달리 검찰조사를 거부한데 이어 국무위원을 임명하고 외국정상들을 만나겠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불가에 일천제(一闡提)라는 용어가 있다. 선근(善根)이 단절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역행해 결코 성불에 이를 수 없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불교는 무한한 자비를 지향하는 종교다. 지옥의 중생을 모두 구제하기 전까지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의 원력을 보더라도 일천제는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최근 박 대통령에서 모습이 일천제의 전형을 일깨우고 있다. 일천제란 잘못을 저지른 행위보다 반성을 모르는 무지함과 어리석음일 것이다. 최근 촛불을 드는 국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촛불이 태우고자하는 대상이 누구일까? 아마도 대통령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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