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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승 일상에서 인생을 배운다

  • 불서
  • 입력 2016.11.21 17:33
  • 수정 2016.11.21 17:34
  • 댓글 0

‘따라쟁이’ / 진아난 지음·오서빈 그림 / 북랩

▲ ‘따라쟁이’
나이가 들수록 시가 어려워진다. 세파에 쫓겨 시를 읽을 여유가 없어서이겠지만 잘못된 교육의 폐해도 크다. 시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은 시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도록 몰아붙인다. 시를 읽고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성들을 시험이라는 틀에 가두고 단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한다. 그래서 시는 시가 아니라 어느덧 공식으로 바뀌고 어른이 되면 지긋지긋한 수학책을 덮어버리듯이 시는 그렇게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그렇지만 시가 없는 삶, 그래서 오로지 산문만이 존재하는 우리의 삶은 얼마나 삭막한가?

‘시로 읽는 따뜻한 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부산한 삶에 작은 쉼표를 선사한다. 시로 쓰인 산사에 사는 동자승의 이야기가 한편의 동화처럼 아련하다. 시가 주는 느낌은 채색화라기보다 담박한 수채화다. 읽을수록 마음이 맑고 투명해진다. 산 그림자 깊은 산사에 사는 큰스님과 동자승의 단출한 삶이 세월 따라 가버렸던 동심을 일깨우고 시골 외갓집에서 보았던 가물거리는 기억 속 바둑이와 송아지와 꽃과 나무들을 우리 앞으로 불러온다. 책은 45편이 독립된 시이면서 전체가 완결구조를 가진 한편의 동화책이다. 시는 마치 그림 같다. 산행, 나무하기, 장날, 기다림, 낮잠, 해우소 등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큰스님과 개구쟁이 동자승의 삶이 투명하게 담겨있다. 쉽고 간결한 언어와 동화 같은 감성이 함께 어우러져 옛 추억을 그대로 툭 던져놓은 것 같다.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시, 그래서 초등학생이라도 읽고 느끼는데 걸림이 없다. 시마다 짓궂은 반전과 시치미가 있어서 절로 미소가 번진다. 시작은 색(色)인 듯싶은데 끝에 이르면 어김없이 공(空)이다.

 
그래서 시의 행간에 스며있는 깨달음의 향기가 결코 엷지 않다. 큰스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동자승의 말은 천진함의 경지를 넘어서 있다. 노보살들이 절에 오다 눈에 미끄러질까봐 털신을 신고 산 입구에 지팡이와 새끼줄을 짝 맞춰 두고 돌아오는 동자승에게 큰 스님이 묻는다. “화담아, 춥진 않더냐?” 동자승이 대답한다. “소는 털신도 없었어요.” 또 “빨래가 잘 빨아지느냐”는 큰 스님의 질문에 동자승은 “자신의 손이 점점 깨끗해진다”고 대답한다. 쉽지만 또한 예사롭지 않은 시집이다. 1만1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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