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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회향과 회향기뻐함 ①

기자명 일창 스님

계 지키는 이에게 보시한 뒤 공덕몫 회향해야

공덕행의 토대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는 회향과 회향기뻐함이다. 회향(pattidāna)이란 선업을 행한 뒤 그 공덕몫(patti)을 다른 이에게 나누어 주는 것(dāna)이다. 여러 주석서들에는 보시 선업의 공덕몫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설명하지만 ‘합송경’의 복주서에는 지계 등의 다른 선업의 공덕몫을 나누어 주는 것도 포함하여 설명했다. 깟사빠 부처님 당시 수다원이었던 한 거사와 이발사가 배를 타고 항해하다 풍랑을 만나 외딴섬에 남겨졌다. 이발사는 새를 죽여서 살아갔고 수다원 거사에게도 새를 죽여 먹도록 권했지만 거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의지할 것은 삼보뿐이라고 믿고 삼보의 공덕만 거듭 생각했다. 그러자 용왕이 자신의 몸을 배처럼 만들고 해신이 뱃사공으로 변신하여 배에 칠보를 가득 채우고 “남섬부주로 갈 사람은 오시오”라고 알렸다. 그리하여 먼저 수다원 거사가 도착하여 배에 탔다. 다음에 이발사도 와서 배에 타려하자 뱃사공은 “그대에게는 계의 공덕이 없기 때문에 안 된다”라고 했다. 수다원 거사가 “나의 보시 공덕, 지계 공덕, 수행 공덕을 회향합니다. 사-두를 외치시오”라고 이발사에게 회향했고, 이발사가 ‘사-두’라고 하자 배에 탈 수 있었다고 한다.(J190)

등불 나누면 빛 더 밝아지듯
회향에 내 공덕몫 줄지 않아
계 안 지키는 이에게 보시하면
공덕몫 회향해도 현생과보 없어

이렇게 회향을 하면 자신의 공덕이 줄어드는가? 그렇지 않다. 어느 날 우빠릿타라는 벽지불이 멸진정에서 출정하신 뒤 안나바라를 섭수하기 위해 그 앞에 나타났다. 안나바라는 자신의 식사를 보시했다. 그러자 재정관의 집에서 천신이 박수를 치면서 찬탄했다. 재정관이 그 이유를 알고는 안나바라로부터 그 공덕을 사려고 하였다. 안나바라는 나누어 주면 자신의 공덕몫이 줄어들지 않는지 벽지불에게 가서 물었고 벽지불은 ‘등불을 아무리 나누어주어도 원래 빛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많은 등불로 인해 더 밝아진다’라는 비유와 함께 회향을 해도 원래 공덕몫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리하여 안나바라는 자신의 공덕몫을 재정관에게 대가를 받지 않고 회향했고 그 과보로 재정관과 같은 위치에 올랐다.(법구경 게송 382)

회향기뻐함(pattānumodana)이란 회향해 준 공덕몫에 대해(pattiyā→patta) ‘사-두’라고 외치며 기뻐하는 것(anumo dana)이다. 일반적으로 공덕몫에는 회향 받을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정하여 회향한 공덕몫인 ‘지정 공덕몫’이 있고 구체적으로 지정하지 않은 ‘비지정 공덕몫’이 있다. 이 중 현생에 과보를 직접 주는 것은 지정 공덕몫에 대해 ‘사-두’를 외치며 기뻐하는 지정 회향기뻐함이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지계자에 보시한뒤 시아귀로 태어난이
지정하여 회향하여 그가알고 사두하고
기뻐해야 그시아귀 현생과보 누린다네

먼저 계를 잘 지키는 이에게 보시한 뒤 그 공덕몫을 회향해야 한다. 계를 지키지 않는 이들에게 보시한 뒤 그 공덕몫을 회향한 경우는 현생과보를 생겨나게 하지 못한다. 아자따삿뚜 왕은 부왕을 시해한 뒤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그 과보로 밤에 잠을 잘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잠에 들지 못해 왕궁의 꼭대기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머리는 삭발하고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한 존재가 하늘을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스님으로 생각한 왕은 “스님,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외쳤다. 그 존재는 자신은 스님이 아니라 시아귀이며, 딸이 자신을 대상으로 다음날 회향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곳으로 가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왕은 회향을 받았는지 받지 못했는지 그 사실을 꼭 다시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 한밤중, 그 시아귀는 이전 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왕이 묻자 “바라문들이 다 먹어 치워버렸습니다”라는 등으로 말하면서 딸이 계를 잘 지키지 않는 바라문들에게 보시한 뒤 회향을 했기 때문에 회향을 받지 못하여 이렇게 똑같은 모습으로 왔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자따삿뚜 왕은 부처님을 위시한 승가에게 보시한 뒤 그 시아귀를 대상으로 회향했고, 그 시아귀는 천상의 음식, 의복 등을 얻었다고 한다. 

일창 스님 녹원정사 지도법사 nibbaana@hanmail.net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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