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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통령감인가?

기자명 이기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하지만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장래의 꿈이 무어냐고 물으면 대통령이라고 대답하는 아이가 많았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대통령이 가장 위대한 인물로 여겨졌고 그들은 마땅히 그런 큰 꿈 즉, 야망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야망에 대해 다음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모두가 대통령이 되면 농사는 누가 짓고 기차는 누가 운전하고 편지는 누가 배달하나? 면장(面長)도 많이 알아야 하는데 대통령은 얼마나 많이 알아야 할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할 자신이 있나? 야망은 인생의 굉장한 추진력이 될 수 있다. 꿈을 가진 사람은 그 꿈을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최순실의 문어발식 국정농단에 공모한 혐의를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분노한 국민으로부터 엄청난 퇴진 압력을 받아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언론에 보도되는 갖가지 의혹으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가 대한민국 역사상 최하위인 4%로 곤두박질쳤다.

대통령은 마침내 국회에서 합의한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야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국회는 그 절차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무능한 국회야말로 퇴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엄중한 국가위기에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가? 대통령과 최순실은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과연 그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을 후보로 옹립한 여당에는 책임이 없는가?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한 문재인 후보를 추대한 야당에는 책임이 없는가? 더 나아가 그런 정치세력을 국회로 보낸 국민에게는 책임이 없는 것인가? 크리슈나무르티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세상이 그 구성원 모두의 공업으로 이루어졌다는 불교의 가르침에 다름 아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소재를 제시한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작금의 국가적 위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대통령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유행가가 있다. 사랑도 아무나 못하는데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의 번영을 도모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맡은 대통령을 어떻게 아무나 할 수 있겠는가?

여야에서 대권의 야망을 가진 여러 잠룡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중 누가 진정한 대통령감인가?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두어 가지 짚어보기로 하자. 첫째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이어야 한다. 거짓말을 하거나 수시로 말을 바꾸는 사람은 안 된다. 혈육에게 가혹할 정도로 냉정했던 사람이 국민을 속이고 비선조직과 함께 국정을 농단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또 수시로 말을 바꾸는 불량한 사람에게 어떻게 아름다운 공덕을 바랄 수 있겠는가? 불망어(不妄語)는 5계의 하나이다.

둘째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결단코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경쟁은 한반도에서 이미 결판이 났다. 김정은 세습공산정권의 가혹한 폭정 하에 굶주리며 고통 받고 있는 북한 동포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고 있는가?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셋째로 정치, 경제, 안보, 사회의 여러 중요한 국가적 이슈에 대해서 정확한 인식과 비전을 가질 정도로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집권 중 지지도가 10%로 이하로 추락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비극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머리는 빌려도 몸은 빌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남의 머리를 빌리려면 그중 좋은 머리를 고를 머리를 자신이 가져야 한다. 면장도 알아야 하는데 하물며 대통령이야.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kleepl@naver.com
 

[1370호 / 2016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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