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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교인(獅子咬人)

탄핵가결은 주권자의 힘

한로축괴(韓盧逐塊) 사자교인(獅子咬人)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 한로(韓盧)라는 명견이 있었다. 한로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명견이지만 개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 사람이 흙을 던지면 흙을 쫓았다. 그러나 백수의 왕 사자는 사람이 흙을 던지면 흙 대신 흙을 던진 사람을 물어버린다. 부처님의 말씀을 사자후(獅子吼)에 비유하듯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는 모름지기 개가 되지 말고, 사자가 돼야 한다는 결기어린 경책이다.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탄핵됐다.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찬성 234대 반대 56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으며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앞두게 됐다.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하고 나라의 품격을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시킨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결실을 맺게 됐다.

올해 벽두부터 “민중은 개·돼지”라는 말이 회자됐다. 영화의 대사에 불과했지만 이 말은 국민들에게 현실을 반영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 속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그러나 이 말이 정부 고위공직자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오는 순간 국민들은 분노했다.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대통령과 집권여당, 고위공직자들이 국민을 진실로 개·돼지 정도로 여기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국민들은 개·돼지가 아니었다. 사자였다. 2만 명으로 시작된 작은 촛불집회는 불과 한달 만에 232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로 바뀌었다. 대통령의 하야 촉구 집회를 하면서도 평화롭고 질서정연했다. 세계의 언론들은 형편없는 대통령에 경악했고 품격있는 국민들에 찬사를 보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속임수는 계속됐다. 종북·빨갱이 색깔론에서 느닷없는 개헌론까지, 국민의 눈을 흐리는 방해공작들이 있었지만 좌고우면하는 야당까지 몰아붙여 결국 국정농단의 핵심인 대통령을 탄핵했다.

앞으로도 국정이 정상화되기까지 험난한 과정들이 남아있다. 대통령을 옹호하며 민의에 저항하는 부역자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청산을 위해서라도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71호 / 2016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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