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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종무행정 벗어나려면

조계종 총무원과 동국대 불교대학이 종무행정 인재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불교계에서는 종무행정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왔다.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제시되는 종책이기도 하였지만 아쉽게도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불교계 특히 상당수 일선 사찰의 종무행정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종무행정의 전문성을 갖춘 종무원을 영입하여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례들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사찰의 업무라고 하면 아직까지도 과거 부목, 불목하니 내지 처사가 하는 수준의 잡무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종무원은 종단과 사찰의 전문인력임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에 그 양성기관이 존재하지 않았었다. 총무원 등 중앙종무기관은 결원이 생기면 그때그때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고 채용하였으며, 일선 사찰에서는 대부분 주지스님과의 인연관계에 따라 특별한 절차 없이 채용하고는 한다. 이 같은 채용시스템으로는 종무행정 정예인력을 충원할 수 없다. 종무원은 업무능력뿐 아니라 불교적 신심과 소양을 요하기 때문에 며칠에 걸친 단기교육이 아닌 수년간에 걸친 장기교육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필요 속에서 종무행정 인재양성을 위한 동국대 불교대학과 조계종 총무원간 업무협약은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런데 향후 이와 같이 양성된 종무행정 인재가 불교계의 전문인력으로 영입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단적으로 합당한 처우와 근무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혹자는 사찰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산사에서 차 한 잔하며 여유롭게 일하는 모습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선 사찰 종무원의 일상은 그러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종교조직이 갖는 특성상 박봉을 감수하더라도, 스님의 권위의식으로 인한 어려움과 업무분장의 불확실로 인한 종무원간 갈등, 주지스님이 바뀌면 발생하는 종무원의 해고, 여기에 더하여 종무원에 대한 낮은 사회인식 등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우수 인재의 영입은 고사하고 숙련된 기존 종무원마저도 떠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계종과 동국대의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종무행정 교육기관인 동국대는 종단과 사찰의 현장에서 요구되는 업무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함은 물론 신도들의 모범이 되는 불퇴전의 신심과 불교적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동국대는 현행 교재강독 중심의 교육에 그칠 것이 아니라 조계종과 협의하여 학생들이 중앙종무기관과 일선 사찰의 종무행정 현장을 실습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학생들의 주기적인 신행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도·점검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종무행정 전문교육을 받은 인재를 채용할 조계종은 유능한 젊은이가 보람을 가지고 일생에 걸쳐 종무원으로 봉직할 수 있는 근무 여건과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일선 사찰의 종무원 처우가 중앙종무기관에 상응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일선 사찰의 종무원은 중앙종무기관과는 달리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상당수가 4대 보험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러한 근무여건으로는 향후 우수한 종무행정 인재가 양성되더라도 그들이 종무원으로 영입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업무가 체계적이고 재정이 안정적인 교구본사와 수사찰이 우선 중앙종무기관에 준하도록 종무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줄 필요가 있다.

현재 불교 종단과 사찰들이 복지와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역할을 요청받고 있음에 반하여 출가자는 오히려 급감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종무행정 전문인력의 양성은 시대적 요청이라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아무쪼록 이번 조계종과 동국대의 종무행정 인재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이 불교대학 재가학생의 취업률 제고와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불교종단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전문인력 배출의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chokiryong@dongguk.edu
 

 [1371호 / 2016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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