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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한문교육의 의미는

  • 기자칼럼
  • 입력 2016.12.19 11:03
  • 수정 2016.12.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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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이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새로운 교과과정에 따라 현재 각 기본교육기관에서는 한글교재 사용이 일반화됐다. 이전에는 강원(현재 승가대학)에서 한문교재를 사용했는데, 현대 중국어와는 구조적으로 다를뿐더러 한문해독 능력을 키워도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런 이유로 한문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이 전제되지 않는 한 교육 효과를 거두기 힘든 상황이었고, 결국 이는 한글교재 위주의 새로운 교과과정을 도입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과거 한문강독식 수업만으로는 사회 변화상을 짚어내고 따라갈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로 인해 한문불전 교수인력이 감소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이른바 ‘원전’에 대해 높아지는 관심은, 한문경전을 터부시하는 분위기마저 만들어내고 있어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동국대 불교학술원 한국불교융합학과가 내년에 첫 번째 박사학위자를 배출한다는 사실은 의미가 남다르다. 기본교육기관에서 한글개론서 성격의 교육을 마친 스님들에게 한문불전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차세대 역경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불교융합학과가 12월13일 개최한 불교한문번역 연찬회에서는 지난 5년간 공부한 스님들이 박사학위를 위해 준비해온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발표된 각 논문들이 모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초역·해제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정영사 혜원의 대승기신론의소 연구와 역주-대승의장과의 비교를 중심으로’를 발표한 대진 스님은 “현재 봉선사에 있는 능엄학림이 종단 내 유일한 한문 교육기관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며 “한문문헌을 배제하고서 한국불교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오늘날에 되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전·논서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통 한문불전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도 병행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현실의 어려움과 수준 저하를 이유로 한문불전 자체를 도외시하고 그것을 번역할 수 있는 역경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한국불교는 1700년 전통의 역사적 지분을 스스로 포기하고 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규보 기자
조계종 교육원은 한국불교융합학과에 입학한 스님 전원에게 학비 전액과 장학연구비를 지급하고 있다. 역경인재에 대한 종단 차원의 관심도 그만큼 지대하다. 하지만 그 관심과 지원이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역경인재 양성 또한 일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그치고 말 것이다. 한국불교융합학과의 성공적 안착을 넘어, 향후 한문교육과 역경인재가 한국불교계에서 의미 있는 위상을 되찾게 되길 기원한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72호 / 2016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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