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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장 인경 스님

“철저한 현장중심 연구로 현대인 고통 치유”

▲ 인경 스님은 “불교가 과거 문헌 속에 갇혀있지 않고 현재의 대중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명상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본말이 전도된 물질만능주의 세태 속에서 많은 이들은 이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명상을 찾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불교 고유의 수행법이라는 인식을 넘어 대중에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시대적 상황이 낳았던 명상 붐은, 이제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확장시키는 단계에 이르렀고 종교를 대체하게 될 거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명상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불교계의 관련 움직임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문헌을 중심으로 한 해석학적 연구가 주류를 이루면서 현장 중심의 명상 연구와 지도자 양성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가 철저한 현장 중심의 사례연구에서 나아가 자격증 제도 등을 통한 명상 전문지도자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새 학문영역 개척의 의미 담아
불교와 현대 심리학 통합 발원
2002년 선상담연구원 시작으로
2007년 한국명상치료학회 창립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로 이어져

학술대회 통해 현장연구 발표
명상·심리상담 이론 통합 산실
명상심리상담사 자격증 발급해
전문지도자 300여명 양성 성과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는 한국명상치료학회라는 이름으로 2007년 4월14일 창립됐다. 학회장 인경 스님은 이미 2002년 선상담연구원, 2003년 명상상담연구원 개설 등으로 불교교설에 기초한 ‘고집멸도 명상상담 집단’을 운영하며 명상과 심리상담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스님은 고등학교 때부터 키워온 발심의 씨앗을 틔워 출가사문의 길로 접어든 뒤 1999년 동국대에서 ‘몽산덕이의 선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는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현실적 문제 해결에 대한 효율성이 부각되던 시기였고, 스님의 학문적 관심 또한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러던 중, 2000년 ‘불교와 심리학의 만남’이라는 모임에서 몇몇 심리학 전공 교수들과 만나게 됐는데, 여기서 스님은 ‘불교가 현실 속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현대 심리학적 토대를 수용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불교의 명상이 서구에서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음은 물론 심리치료에까지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문헌 중심의 연구를 현장으로 돌려야 한다는 관점이 시작된 계기였다.

문제는 통합의 방식이었다. 불교와 심리상담이 서로에게 생소한 분야였기도 했지만, 두 분야가 가지는 구체적인 접근법은 그 양상이 판이하게 달랐다. 서구의 심리학적 접근은 기술적인 면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인간의 근본적 심성 영역을 다루는 데에 약점이 있었다. 반면 불교학계는 문헌학적 연구에 치중됐다는 한계가 노정되고 있었다. 두 분야 학자들이 만나 토론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통합 자체가 새로운 학문 영역 개척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스님이 선상담연구원, 명상상담연구원 개설에 이어 한국명상치료학회(현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를 창립하게 된 배경이다. 학회는 창립 당시 △명상심리상담의 학문적 정착 △현장에서 명상심리상담 기법 활용의 검증 △명상심리상담 현장 지도자 배출을 목표로 삼았다.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는 이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정기학술대회·워크숍·월례발표회 개최와 학술지 ‘명상심리상담’ 발간으로 명상심리상담 사례들을 이론으로 구성하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월례발표회는 문헌학적 연구까지 아우르고 있지만 정기학술대회와 워크숍은 철저히 현장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중심이 된다. 때문에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의 학술대회는 말 그대로 명상과 심리상담의 이론적 통합의 산실로서 명성을 얻고 있다. 또한 5년 전부터 매년 여름 초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명상캠프를 실시하는 한편, 2014년에는 성북구청과 MOU를 맺고 지역 청소년들에게 무료강의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가 실시하고 있는 ‘명상심리상담사’ 자격증 제도는 전문지도자 양성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2010년부터 시작한 명상심리상담사 자격증 제도는 1~3급으로 구성되며 현재까지 배출된 상담사만 300여명에 이를 정도다. 3급 자격증을 제외한 1~2급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사례를 중심으로 한 연구논문을 2차례 이상 발표해야 한다. ‘명상과 심리상담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 개척은 이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으며, 나아가 300여명에 이르는 명상심리상담사들이 배출됐다는 점에서 전문지도자 양성이라는 목표도 가시화되고 있다. 여기에 현직 정신과 의사, 교수는 물론 이웃종교 성직자들까지 명상심리상담사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가 추구하는 지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대변하고 있다.

현재 인경 스님은 내년 4월, 창립 10주년을 맞아 대규모 학술대회와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포럼은 학교, 기업, 템플스테이, 개인상담 등의 분과로 나눠 진행되며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그간의 이론을 더욱 심화시키는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경 스님의 문제의식과 발원에서 비롯돼 10년간 일궈왔던 성과들이 포럼을 통해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는 올 9월 사단법인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이에 따라 학회의 역량과 외연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연구 영역을 하나의 학문체계로 정립해온 스님은, 그것을 기반으로 현대인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려는 노력을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인경 스님은 “불교계 학회 거의 대다수가 문헌 중심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굉장히 미흡하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불교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인구절벽으로 인해 대학생 수와 연구 인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문헌학 위주로 학자들이 양성됐기 때문에 현장연구 인력이 너무나 부족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 중심 연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신교, 가톨릭계 학회들처럼 불교학계 역시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72호 / 2016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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