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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신심’ 어우러지니 더할 나위 없더라

  • 신행
  • 입력 2016.12.19 17:53
  • 수정 2016.12.19 19:28
  • 댓글 0

포교원·조계사, “절친’s Day” 개최…사찰 청년불자 네트워크 첫 발

▲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홍 스님)과 조계사 청년회(회장 한정민)가 특별한 하루를 만들었다. “절친’s Day”다.
절[寺]에 이런 또래친구가 있는 줄 몰랐다. ‘절친’이라 불렀다. 한 곳에 모이니 이유는 필요 없었다. 한 바탕 웃음이면 됐다. 더하고 뺄 필요도 없었다. 손 맞잡고 땀 흘리며 신명 나게 즐기니 친구였다. 그래서 젊음이었다. 서울 경기권 사찰 청년불자 20~30대들이 모였다. 불교도 젊어졌다. ‘절 친구’가 ‘절친(切親)’이 될 수 있을까.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홍 스님)과 조계사 청년회(회장 한정민)가 특별한 하루를 만들었다. “절친’s Day”다.

12월17일 서울 중구 훈련원공원 종합체육관이 오후 내내 떠들썩했다. 조계사, 봉은사, 흥국사, 경국사, 법륜정사 등 서울 경기권 사찰 청년불자 80여명이 어깨동무했다. 춤추고 노래하며 웃었다. 팀을 나눴다. 사찰별로 묶이지 않았다. 라훌라, 부루나, 사리불, 수보리, 가전연, 아난다 등 부처님 십대제자로 팀명을 정했다. 청년불자들은 때론 팀별로 때론 개인별로 때론 모두 다 같이 어울렸다.

서울·경기 청년불자 80여명
운동회·뽐내기·댄스파티 등
땀 흘리며 소통한 놀이마당
평가 뒤 보완해 지속 모임
임원 소모임부터 확대 예정

▲ 미니운동회(우리 알아가요), 축하공연(함께 즐겨요), 뽐내기(우리를 알려요), 댄스파티(신나게 화합해요)는 절친이 되는 날을 만드는 징검다리였다.
미니운동회(우리 알아가요), 축하공연(함께 즐겨요), 뽐내기(우리를 알려요), 댄스파티(신나게 화합해요)는 절친이 되는 날을 만드는 징검다리였다. 소속 사찰 구분 없이 2인3각 이어달리기, 카드뒤집기, 줄다리기 등 서로를 응원하며 운동회를 만끽했다. 부루나팀은 종합점수 1등으로 상품을 받고 포토타임에서 ‘엄지척’하며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대학이나 사회 등 소속된 곳에서 찌든 일상의 때는 축하공연으로 털어냈다. 가수 비뮤티(Vimutti)가 초대돼 무대에 올랐다. 비뮤티는 자유와 해탈이라는 뜻의 이름으로 자유로운 음악을 노래하는 장르불문 가수다. 지난 2010년 정규 앨범 1집 ‘레스트(Rest)’에 이어 2013년 2집 '부처님 오신 날' 등 힐링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Mr. Bang’을 발표했다.

선뜻 무대에 오르기 힘들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20대나 30대 청년불자들은 노래와 춤 등 다양한 공연으로 자신의 얼굴을 친구들에게 각인시켰다. 밝은 조명이 꺼지고 번쩍이는 클럽조명이 켜지자 체육관에는 반가움과 흥이 넘실댔다. 코요테, 터보, 쿨 등 2030세대들이 즐겨 듣던 1990년대 댄스곡은 사찰과 나이, 성별 경계를 무너뜨린 스탠딩 파티를 연출했다.

▲ 소속 사찰 구분 없이 2인3각 이어달리기, 카드뒤집기, 줄다리기 등 서로를 응원하며 운동회를 만끽했다.
절친’s Day 기획은 조계사 청년회가 도맡았다. 스스로 주체로 나서 기획하고 홍보까지 책임졌다. 점차 줄어들고 있는 2030세대 청년불자들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미래세대 불교인구가 급감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조계사 청년회에 따르면 실제 조계사도 2~3년 사이 신규 등록 청년회원 비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그래서 절친’s Day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기모임을 만들려는 청년불자들의 자각인 셈이다.

한정민(30, 여일정) 조계사 청년회장은 “첫 시도였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총평했다. 한 회장은 “조계사뿐 아니라 다른 사찰에도 청년이 있고 젊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라며 “서로 더 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음 만남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각 사찰 청년 임원진부터 네트워크를 구성해 소모임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나눠준 후기 설문지를 수거해 평가회의를 거친 뒤 내년 초파일이나 연말에는 보다 의미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불교교리는 없었지만 젊음은 통했다. 부처님이 친구처럼 다가간 덕분이다. 불자 가정에서 자란 고은비(32)씨는 아직 종교가 없다. 부처님 십대제자 이름으로 만든 팀명을 모른다. 엄마의 도반 딸과 함께 왔다. 그래도 “초등학교 이후로 이렇게 즐거운 분위기는 처음”이라며 반색했다. 고씨는 “함께 땀 흘리며 응원하고 웃으니 기분 좋다”며 “불교가 궁금했다. 젊음이 있어 좋고 부처님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은희(28), 최연희(28) 쌍둥이 자매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과 법륜정사에 다니지만 절에서 또래를 만나기 어려웠다. 스님이 가서 어울리라고 권해 절친‘s Day에 왔다. 자매는 “마치 교회처럼 또래친구들이 많아 즐겁다”며 “재적사찰에 다니면서 조계사 청년회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 부루나팀은 종합점수 1등으로 상품을 받고 포토타임에서 ‘엄지척’하며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포교원이 절친’s Day라는 인연의 장을 응원했다. 포교국장 성진 스님은 “이 자리가 끝이 아니다. 다음 만남을 위한 인연의 시작”이라고 했다. 스님은 “절이 워낙 조용한 곳이라 젊음은 티가 나지 않는다”며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소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절 친구’ 인연을 ‘절친(切親)’으로, ‘절친(切親)’ 인연을 ‘절 친구’로 엮어갔던 절친‘s Day. 메마른 청년불교 적실 마중물이었다.

“펌프질할 때/ 한 바가지 물 미리 부어/ 뻑뻑한 펌프 목구멍 적시게 하는 물을/ 예쁘게도 ‘마중물’이라 부르지.”(정두리 ‘마중물 마중불’ 중)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73호 / 2016년 1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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