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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정옥경씨-하

기자명 법보신문

종교 믿지 않던 과거
절수행하며 믿음 확신
고맙다는 긍정심 생겨

▲ 락연·42
부처님을 믿게 됐다. 

감사예경을 끝내고 명상하는 동안 눈물이 났다. ‘우주법계 모든 곳에 존재하시는 부처님의 자비란 이런 것이구나!’ 처음으로 깨달았다. 벅찬 마음으로 가족여행 일정을 시작했다. 입가에 부처님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다. 부모님도 방콕 사원들을 둘러보시며 연신 “좋다, 좋구나” 하셨다. 행복해 하시는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뿌듯했다. 동생도 편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이틀째 새벽이었다. 감사예경을 끝내자 전날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온 방콕이 나를 사랑해 주는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날 일정 중에 어머니께서 연신 고맙다,고맙다 하셨다. 눈물이 핑 돌았다. 예전 같았으면 인사치레로만 생각했었을 그 말이 진심으로 마음에 박혔다. 그날 내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복한 마음이 온전히 느껴졌다.

어머니는 먼저 쉬러 들어가셨다. 해 지는 강변을 바라보며 잠시 쉬는 시간, 아버지는 일생에 이렇게 좋았던 날이 없다고 하셨다. 더 오래 살아야겠다며 아이처럼 천진하고 행복에 젖은 말씀을 꺼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초반에만 잠시 좋은 분위기였다가 두 분의 다툼으로 서로 원망하며 끝나는 게 우리 가족여행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이번 가족여행은 달랐다. 나부터 변했다. 방콕에 와서 새벽수행 때도, 여행 일정 때도 내내 행복하고 감사하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부모님은 동생에게 이렇게 말씀했다. “이렇게 온전히 기뻤던 적은 처음이다. 고맙다. 그리고 행복하구나.” 가감 없이 진심으로 말씀하는 그 모습이 처음인 것 같았다. 나 역시 너무 좋다고 하니 동생도 그렇다며 빙그레 웃었다. 동생이 그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도 정말 오랜만에 봤다. 아주 조금 삐그덕 소리가 나긴 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쉽다 싶을 정도로 여행은 만족스러웠다.

동화처럼 끝나진 않았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씩 부처님 미소가 사라져갔다. 가족여행 마지막까지 아무도 마음 다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약간의 후회도 마음에 자리했다.

달리 생각해보면 가족여행은 마음근육을 단련해야겠다는 발심의 계기이기도 했다. 조금 어두워진 마음을 안고 청도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재발심했다. ‘그래! 이게 지금의 나야! 인정하자! 다시 수행하자!’ 그렇게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속에서 방콕 새벽수행 때마다 나를 감쌌던 기운이 또다시 느껴졌다.

이상했다. 거의 40년을 봐온 가족이었다. 무슨 연유로 어떻게 내게 낯설다 싶을 만큼 이번 여행이 행복했을까. 곱씹으며 생각해봤다. 가족여행이라면 치를 떨던 나였다. 여행을 제안하는 동생의 말에 일단 생각은 해보자 했지만 다소 소극적이었다. 다만 청도에서 수행하며 지내는 몇 개월간 정진의 힘이 있었기에 한참 지나 좋다고 답했다. 청도에서의 정진은 몇 가지 작은 깨달음을 줬다. 바로 이것이 가족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확신한다.

‘지금 나는 매우 행복하다. 지금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부모님께서 나를 낳아 주셨기 때문이다. 이후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지금 행복한 만큼 부모님께 감사드려야 한다.’

짧다고 하면 짧은 7개월 동안 수행하면서 나는 변했다. 절수행을 할 때마다 ‘부처님 고맙습니다’가 저절로 나온다. 평생 수행하리라 원을 세운다. 평생 살며 한 가지 잘한 점이 있다면 법왕정사를 소개받았을 때 기꺼이 걸음을 옮긴 것이다. 모두의 은혜 덕분에 행복한 연꽃으로 있을 수 있어 고맙다.

[1372호 / 2016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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