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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와 핵폭탄은 쌍둥이다

영화 판도라도 원전 관심 증가
정부, 신고리 5,6호기 신규건설
불교계, 핵발전소 저지 나서야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가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수 350만명을 돌파하며 장기흥행에 돌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천만 관객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판도라는 진도 6.1의 지진으로부터 시작된 핵발전소의 대재앙 속에서 끈끈한 가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무엇보다 현 정권의 은밀하고도 집요한 방해에 맞서 완성한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지난 9월28일 경주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과 무관하지 않다. 남의 나라일로만 알고 있던 대규모 지진이 우리나라에도 덮쳐올 수 있음을 550여 차례나 지속되는 여진 속에서 대중들은 깊이 각인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원전이 한순간에 전쟁에 버금가는 인명피해와 재산의 망실을 불러올 수 있음도 알게 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1위다. 현재 가동 중인 25기 가운데 14기가 몰려 있는 고리원전은 부산, 양산, 울산 등 반경 30km 이내에 342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단 1기의 원전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판도라는 실제 상황으로 급변할 수 있는 것이다.

원전에 대한 경고는 일치감치 있어왔다.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무려 15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평균치의 400배가 넘는 방사능은 침묵의 살인자가 돼서 도시를 덮쳤다. 여기에 노출된 사람들은 며칠 이내에, 몇 달 이내에 죽어갔다. 요행이 살아남았더라도 온갖 병에 시달렸고, 그들의 아들딸들은 기형과 불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오늘날까지 체르노빌은 30km 이내의 접근이 불허되는 죽음의 땅이다. 그럼에도 많은 국가에서 체르노빌 사태를 핵 원자로가 불완전하고 기술적으로 낙후돼서 벌어진 참사로만 취급돼왔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핵발전소에 대한 해이한 인식을 다시 한 번 뒤흔들었다. 비행기가 떨어져도 끄떡없다던 일본의 원전보호체계가 규모 9.0의 강진 앞에서 무기력하게 파괴됐다. 이는 핵발전소의 위험이 대규모 살상무기인 원자폭탄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유럽에선 재생에너지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독일은 32%에서 47%로, 오스트리아는 68%, 노르웨이는 96%, 아이슬란드는 100%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선 태양광, 수력, 풍력 재생에너지는 늘어나지 않고 되레 핵발전소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정부는 이달 초 월성 핵발전소 1~4호기를 기습적으로 재가동하고 신고리 5,6호기 신규건설까지 강행하고 있다. 강진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할 정부가 되레 국민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이재형 국장
방사능 중독으로 사망한 마리 퀴리는 “자연의 비밀을 캐내는 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 비밀을 안다고 할지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과연 인류는 성숙한가”라고 물었다. 편리와 욕망의 추구가 최선은 아니다. 살상무기가 그렇듯 원전의 발달도 결코 진보가 될 수는 없다.

최근 불교환경연대 등 29개 불교단체가 의기투합해 ‘잘 가라 핵발전소 100만인 서명운동 불교본부’를 발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안전은 위험요소를 알아차리고 해소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이들 불교본부의 지속적인 활동과 불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73호 / 2016년 1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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