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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면목(本來面目)

청문회, 파렴치의 현장

2016년 병신(丙申)년이 저물어 간다. 매년 해가 저물 때면 아쉬움과 섭섭함이 밀려온다. 더 열심히 살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 한해가 또 이렇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구나하는 서늘한 마음 같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올해 세밑은 한해를 반추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관련 국회 청문회를 보는 심사가 편치 않다.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의 답변을 듣고 있으면 사람의 품격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참담하기만 하다. 국정을 좌지우지했던 지도층이라는 인사들이 청문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딱 2가지다. ‘모르쇠’와 ‘일단 부인’이다. 모른다고 잡아떼다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갖은 술수를 부렸다. 특히 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했다. 그래서 새삼 염치(廉恥)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염치는 살필 염(廉)과 부끄러울 치(恥)가 합쳐진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염치는 없었다. 파렴치(破廉恥)였고 몰염치(沒廉恥)였다. 거짓말과 염치는 다르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마음이 있으면 그래도 염치는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이 전혀 없었다.

파렴치의 극치를 보여준 것은 대통령이었다. 3차례 성명을 발표했지만 거짓말 아닌 것이 없었다. 거짓이 드러나면 새로운 거짓말로 이를 덮었다. 함께 국정을 농단했던 청문회 출석 증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불교에 본래면목(本來面目)이라는 말이 있다. 면목(面目)은 사람으로서의 형상, 얼굴을 뜻한다. 그리고 본래면목은 중생으로서 인간의 모습을 뛰어넘은 본래의 모습, 즉 부처로서의 성품을 말한다. 죄를 지은 사람이 얼굴을 가리는 것은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목은 염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염치를 외면하고 면목을 잃어버리면 더 이상 사람이라 할 수 없다. 사회지도층에게 본래면목을 추구하는 성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사람으로서 면목만이라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면목과 염치, 체면은 법으로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사람이 사람인 최소한의 존립기반이기 때문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73호 / 2016년 1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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