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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에게 길을 묻다] 11. 문화콘텐츠로 본 원효

  • 새해특집
  • 입력 2017.01.04 13:44
  • 수정 2017.01.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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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연극·오페라 등 문화창작 원천 소스 … 빅데이터 구축 시급

▲ 원효 대사의 행적은 14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대의 예술인들에게도 끝없이 영감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선아 감독이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 ‘원효’의 티저 장면, 1986년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드라마 ‘원효대사’, 창작 오페라 ‘원효’의 한 장면, 1962년 장일호 감독의 영화 ‘원효대사’ 포스터.

원효(元曉, 617∼686) 대사는 신라시대의 고승으로 깊이 있는 불교 사상과 다양한 저서를 남긴 인물이다. 구전설화를 비롯해 ‘송고승전’ ‘삼국유사’ 등에 기록된 원효 대사는 남다른 성장 과정과 수행, 삶의 고뇌와 파격적인 행보 등 극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1400여년의 세월 동안 원효 대사는 사람들의 기억에 끊임없이 회자되어 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드라마, 영화, 연극, 소설,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원효 대사의 생애에서 보이는 ‘해골이 매개가 된 깨달음’‘관세음보살 친견’‘불교의 대중화’‘요석공주와의 사랑’‘무애가와 무애무’ 등의 내용은 최근까지도 즐겨 다뤄지는 소재들이다. 1400여년 전 펼쳐진 한 걸출한 인물의 생애가 현 시대 문화콘텐츠라는 영역에서도 그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극적 요소 갖춘 입체적 인물
1400년 전 스토리 끝없이 회자 
‘삼국유사’ 기반 스토리텔링에
신화·전설 등 추가되며 확장
원천 소스 공유하며 가치 창출
‘원 소스 멀티 유즈’ 전형 보여

기술 발전하며 표현 영역 급변
파격적 사랑 등 전형적 스토리 
새로운 관점의 해석 시도 필요
21세기 걸맞는 콘텐츠화 해야

원효 대사를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화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되어 왔다. 대표적인 것으로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미디어의 영역이다. 1962년 장일호 감독의 영화 ‘원효대사’가 개봉된 후 1984년 창작오페라 ‘원효’가 국립극장 무대에서 초연됐으며, 1986년에는 8부작 드라마 ‘원효대사’가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됐다. 또 2011년 뮤지컬로 제작된 ‘원효’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는 텔레비전과 스크린이라는 매체의 특징을 활용한 것으로 기술의 발달에 비례해 다양한 묘사와 전개가 가능한 분야다. 이와 달리 연극이나 오페라, 뮤지컬 등은 사람의 행위에 의해 전달되는 매체로서 오랫동안 공연(公演)의 형태를 지니면서 전승되어 왔기 때문에 미디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이어오는 영역이다.

미디어와 공연예술뿐 아니라 문학 장르에서도 원효 대사는 인기 있는 소재로 다뤄져 왔다. 춘원 이광수가 일제강점기 ‘원효대사’를 집필한 이후로 최근까지도 소설가 한승원의 ‘소설 원효’, 시인 김선우의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 등 원효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 꾸준히 창작되고 있어 원효라는 인물이 작가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원효루트’와 같이 원효 대사의 자취가 서려있다고 여겨지는 장소를 연계한 콘텐츠 개발도 병행되고 있다.

동국대학교 전자불전연구소가 구축한 ‘원효대사 스토리뱅크’를 살펴보면 원효 대사의 생애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이 얼마나 방대한 영역에서 이뤄질 수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원효대사 스토리뱅크’에서는 원효 대사의 생애를 ‘생애, 구도, 사랑, 교화, 학문, 이적’ 등 33가지의 커다란 주제로 나누어 스토리뱅크를 구축하고 여기에 그림, 관련 사찰, 발자취나 남아있는 길 등을 연계시켜 나가고 있다. 시대를 바탕으로 원효 대사의 생애를 이해하고 그가 남긴 저작과 사상을 소개하고 있는 형태다. 또 ‘그림으로 보는 원효’ ‘원효와 사람들’ ‘통일신라 의상실’ ‘원효 따라 길 따라’ ‘원효 어록’ ‘원효 저작’ ‘원효에 대한 회고’ 등 원효 대사와 관련된 자료를 취합함으로써 다방면에서 원효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러스트와 사진 등의 이미지, 3D와 VR·VOD 등의 동영상, 그리고 시놉시스, 시나리오, 해설 및 분석서 등의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들은 원효 대사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콘텐츠화의 영역이 얼마나 다양하며 무궁무진한지를 상상하게 한다. 주제별로 살펴본 원효 대사의 이야기 가운데 ‘이적’편을 살펴보자. 백제 유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손톱으로 바위에 약사여래의 모습을 그렸다거나 수행하던 토굴의 바위틈에서 쌀이 나왔다는 전설, 중국 태화사로 현판을 날려 보내 위험을 알렸다는 등 원효 대사를 둘러싼 비현실적, 초월적, 신비적 현상 등의 기록을 모아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자칫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치부될 수 있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의 이면에는 원효 대사가 갖고 있는 대중 친화적 요소들이 시대와 종교의 틀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만났을 때 다양한 콘텐츠화의 시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같이 원효 대사를 소재로 한 콘텐츠화의 성과물과 가능성들은 대부분 ‘원소스-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약칭 OSMU)’의 전개과정을 따르고 있다. OSMU란 우수한 기획을 통해 제작된 1차 콘텐츠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된 후 이를 2차, 3차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매체로 이용하거나 2차 저작물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를 지상파뿐 아니라 위성이나 케이블TV,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로 방송하고, 다시 영화화하고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 상품까지 창작해 냄으로써 원소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문화의 장르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효 대사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문화콘텐츠화는 가장 대표적인 OSMU의 구현이라 평가할 수 있다. 원효 대사를 소재로 한 OSMU는 사실상 일연의 ‘삼국유사’로부터 시작된다. ‘삼국유사’에 뿌리를 둔 스토리텔링이 원천 소스가 되고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원효 대사와 관련된 신화, 전설, 설화 등이 추가되면서 확장·전개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원효’라는 소재는 드라마, 영화, 길, 뮤지컬 등으로 표현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원효’라는 최초의 원 소스가 ‘멀티 유즈’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문화콘텐츠는 이와 같이 각각의 장르가 독립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원천소스를 공유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OSMU를 지향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모바일 게임 등은 각국의 원형 문화를 소재로 개발된 것이 많다.

그리고 이제 원효 대사의 생애와 사상, 구도, 사랑, 교화, 학문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의 결과들은 OSMU를 넘어 ‘멀티 소스-멀티 유즈(Multi-Source Multi-Use)’의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

특히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이전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장르에 대한 표현의 가능성을 높였다.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 ‘인터스텔라’와 같은 내용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사실은 콘텐츠화의 영역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원효 대사의 종교·사상적 측면에 대한 콘텐츠화는 물론이며 원효 대사를 둘러싼 수많은 전설과 이적들에 대한 표현과 콘텐츠화 역시 새롭게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원효 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등 지금까지 표면적으로만  다뤄져 왔던 소재들에 대한 다각적 층위의 해석과 이를 통한 스토리텔링의 재 시도도 필요하다. 두 사람의 사랑과 인연은 파격적인 사랑, 파계라는 다소 자극적이고 세속적인 관점서 다루져 온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설총이라는 걸출한 인물 탄생을 예고한 매개적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원효라는 남성, 요석이라는 여성’의 내면에 자리 잡은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양면성이 연기에 의해 작용한 것이라는 관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이 덧붙여질 때 원효 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이야기는 영화나 소설, 그리고 뮤지컬 등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것과는 전혀 다른 장르에서 새로운 콘텐츠의 소스로 사용될 수 있다.

올 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에도 열풍을 불러왔던 모바일게임 ‘포켓몬고’는 닌텐도가 개발한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모바일 증강현실게임이다. 이 포켓몬스터의 원형 문화콘텐츠는 중국의 신화집 ‘산해경(山海經)’을 일본어로 번역한 ‘센가이고’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신화와 전설의 문화원형들을 스토리텔링하여 제작한 캐릭터가 포켓몬스터의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모바일게임 포켓몬고를 통해 가상현실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킬러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첫 발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전승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문화의 원형들에 대한 이해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원효다. 원효 대사는 이미 1400여년의 세월을 지나며 각 시대에 맞는 콘텐츠화가 이뤄져 왔고 그 작용은 가장 최근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센가이고’에서 ‘포켓몬고’의 원형문화를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원효 대사를 통해 콘텐츠화가 가능한 다양한 원형문화를 찾을 수 있다.

원효 대사에 내재돼 있는 문화적 요소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킬러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문화원형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문화콘텐츠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영역에서 사람들이 향유하는 유·무형의 자산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그러므로 스토리텔링의 개발과 함께 원효 대사를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의 기술적인 전략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장재진
동명대 불교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가치관과 다양한 종교 그리고 다양한 문화의 충돌로 인한 갈등이 증폭되는 시대 원효 대사의 일심화쟁(一心和諍)과 원융회통(圓融會通) 사상은 더욱 주목된다. 다양성 인정을 통한 대립과 갈등의 소멸은, 원효 대사가 살았던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종교와 사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준다. 그것이 원효 대사, 그리고 그 생애와 사상이 1400여년간 회자되며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오직 바뀐 것이 있다면 그 시대의 기술과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방식일 뿐이다.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형태로의 콘텐츠화는 원효 대사의 가르침을 다음 세기로 전달하기 위한 우리 세대의 의무다.

sira113@naver.com
 

[1374호 / 2017년 1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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