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닭날엔 부녀자 휴식…시계 역할 담당

닭과 세시풍속

▲ 닭의 울음과 일출을 묘사한 계명도. 20세기 초.

정월풍속 가운데 닭과 관련 있는 날은 상유일(上酉日), 정월 초하루 날이다. 정월 초유일에 부녀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었다. 만일 바느질이나 길쌈, 빨래를 하면 손이 닭의 발처럼 흉한 모양이 된다고 해 꺼렸다. 이튿날에는 닭을 위해 각별하게 좋은 먹이를 주는 풍습도 있다. 

지역별 풍속도 있다. 전남에서는 첫 닭날에 곡식을 마당에 널지 않는다. 닭이 곡식을 헤치면 그해 흉년이 들거나 재산이 흩어진다고 생각했다. 제주도에서는 상유일에 모이면 싸움이 벌어지고 불운하다고 하여 모임을 갖지 않는다. 이날 닭을 잡으면 닭이 잘 자라지 않으며, 지붕을 이면 닭이 지붕에 올라가 지붕을 파헤친다고 여겨 닭을 잡아먹거나 지붕을 이지 않는다. 함경남도에서는 상유일을 ‘비들달개’라고 하고, 콩을 볶아서 바깥에 뿌렸다. 이렇게 하면 여름에 밭곡식이 비둘기 떼의 입을 타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조선후기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에는 “(설날) 벽에 닭과 호랑이의 그림을 붙여 액이 물러가기를 빈다”고 적혀 있다. 닭은 액을 쫓고 상서로움을 전해주는 동물로 인식되어 정월 초하루 새벽 대문에 붙여 액을 쫓는다는 문배(門排)로도 그려졌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는 닭울음으로 점을 쳤다. 이를 계명점이라고 한다. 그 해 농사의 풍흉을 넘치는 것으로 대보름날 꼭두새벽에 닭이 우는 횟수를 헤아려 울음의 횟수가 적으면 흉년이 들고 열 번 이상 울면 그해 농사는 풍년이 온다고 했다.

시계가 없던 시절 닭은 시계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몸집이 작은 서리 병아리는 날씨에 관계없이 축시(丑時)에 울기 때문에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선비들이나 부지런한 사람들이 베개속에 넣어 길렀다고 한다. 또 먼길을 떠날 때 조롱 속에 넣어 다니며 휴대했는데 오늘날의 손목시계 같은 닭으로 볼 수 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74호 / 2017년 1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