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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음식은 삶을 긍정으로 이끄는 철학이죠”

  • 불서
  • 입력 2017.01.09 15:32
  • 수정 2017.01.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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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펴낸 선재 스님

▲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다. 단 몇 분 만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현란한 음식들도 흔하다. 요리 대결과 맛집 기행 등 음식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들은 단연 인기다. 맛있고 건강에도 좋다는 음식들이 많다지만 현대인들은 갈수록 아프고 허약해지고 있다.

사찰음식에 담긴 철학 소개
‘사찰음식=생명음식’ 역설
한국인이 꼭 먹어봐야 하는
사찰음식 51가지도 수록해

지난해 조계종으로부터 최초로 ‘사찰음식 명장’을 수여받은 선재 스님이 각별한 것은 사찰음식 대중화의 주역이라는 점에만 있지 않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어떤 음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먹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가 목표가 돼야 하는 것인지를 돌아보도록 했기 때문이다. 음식이 행복과 지혜로 이어져야 한다는 음식철학을 제시한 것이다.

스님의 지난 40여년의 발자취는 음식이 우리의 삶과 사상, 몸과 마음의 근본임을 일깨우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1994년 사찰음식에 대한 최초의 논문인 ‘사찰음식문화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스님은 사찰음식을 전하는 한편 경전을 바탕으로 사찰음식의 정신을 체계적으로 다듬었다. 또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체험관, 기업, 학교, 종교기관 등에서 국내 강연만 4000여회, 세계슬로푸드대회와 세계 3대 요리학교인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 등 해외에서도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스님은 또 사찰김치 대중화, 학교급식에 전통 장 쓰기, 초등학교에 장독대 만들어주기 운동, 어린이 미각교실, 바른 식생활을 위한 어린이뮤지컬 제작 등 사찰음식 대중화와 어린이 음식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이런 스님이 최근 자연과 음식,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불광출판사, 1만8000원)를 펴내고, 1월4일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을 맛으로 먹기 전에 삶을 돌아보고 온전한 나를 만들어가는 수행의 방편으로 여기라 말한다.

▲불경에 음식에 대한 얘기들이 있나?
“의외로 많고 자세하다. 음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철학적인 이야기부터 조리법, 음식 손질과 보관법, 양념, 먹는 법까지 자세히 쓰여 있다. ‘증일아함경’에는 ‘모든 법은 음식으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음식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경구가 나올 정도로 부처님이 음식을 굉장히 중요히 다루셨다.”

▲그러면 불교에선 음식을 어떻게 보나?
“사찰음식에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진리가 담겨 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나와 하나다. 물도 공기도 나와 연결돼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물과 공기, 흙의 기운으로 만들어졌으니, 그것들이 병들면 나도 아프게 된다. 모든 생명이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부처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떻게 농사를 짓고, 어떤 음식재료를 선택하고, 어떻게 요리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사찰음식과 채식은 비슷한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채식은 생명들을 배려하고 건강을 지키는 자연식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런데 사찰음식은 여기에 하나가 더 포함된다. 바로 지혜다. 사찰음식은 오랜 세월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려 고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예를 들면 정적인 음식을 먹으면 내면이 충실해지고 동적인 음식을 먹으면 힘이 밖으로 뻗치게 되니 자연히 채식을 권장하게 됐다.”

▲전통적으로 스님들은 채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요즘 육식을 하는 스님들도 있지 않나?
“부처님은 꼭 필요한 경우 정육(淨肉)을 허용했다. 그런데 현대 축산업은 정육과는 거리가 멀다. 20여년을 살 수 있는 닭들은 A4용지보다 작은 곳에서 채 한 달도 살지 못하고 죽어간다. 산란계들은 더 오래 살지만 비좁은 곳에서 죽을 때까지 알만 낳는다. 생명으로서의 존중과 배려를 전혀 받지 못한다. 이런 생명들로 만들어진 고기는 결코 정육이 아니다.”

▲고기가 건강에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고기를 먹어야만 건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육이 아니라면 건강을 해친다. 우리 집안이 간이 약하다. 아버님과 오빠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나도 94년 간암에 걸려 1년 이상 살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 약 대신 전통음식을 선택했다. 모든 가공식품을 끊고 직접 담근 간장과 된장 등 장류와 김치를 먹었다. 제철에 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었고, 때가 아니면 먹지 않았다. 그렇게 예전 습관과 생각을 하나하나 내려놓았다. 만약 죽음이 내게 예정돼 있다면 그 운명마저 내려놓았다. 몸이 점점 가벼워지고 건강도 좋아졌다. 불교는 음식을 통해 내려놓은 것임을 깨달았다.”

▲사찰음식의 특징은?
“사찰음식은 생명의 음식이다. 채식과 자연식, 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 밑바탕에는 이러한 생명존중이 담겨 있다. 그리고 사찰음식의 맛은 근본적으로 무(無)맛이다. 흔히 생각하는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양념은 식재료의 풍미를 살리는 정도이며 궁극적으로는 음식 본연의 맛을 살려야 한다. 그래야 음식이 마음을 흩트리지 않고 수행에 도움을 준다. 거기에 익숙해지면 새로운 맛을 알 수 있다. 혀는 간사해서 자극적인 쪽을 선호하고 발달한다. 생각이 바뀌면 입맛도 바뀐다. 혀의 맛을 바꿔주는 것이 바로 공부다.”

▲이번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찰음식은 맛으로 먹기 전에 삶을 돌아보고 생명의 가치를 헤아려 보고 온전한 나를 만들어가는 수행의 방편이다. 건강한 음식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든다. 절집음식은 삶을 긍정으로 이끄는 철학이다. ‘많이 먹으려 말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으려 말고, 생각 없이 먹지 말자’는 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75호 / 2017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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