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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팔한지옥의 어둠과 추위

기자명 김성순

더운 지역 중심으로 유통된 불교
추위 따른 고통에 상대적 무관심

첫 칼럼에서 제기한 팔대 지옥과 그에 딸린 별처지옥들이 주로 뜨거운 것에 의해 고통을 겪는 이른바, 팔열(八熱)지옥인 것에 반해, 팔한(八寒)지옥이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왕생요집’에서도 팔한지옥을 생략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동아시아불교에서는 팔대 지옥=팔열 지옥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도 팔한지옥에 대해서는 이번 한 회의 지면을 빌어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아시아지역 불자들에게
뜨거운 고통 체감 높아
동상으로 인한 피부변화
청련·홍련 꽃 이름 붙여

팔한지옥이 소외되고 있는 이유는 불교경전들이 유통되는 지역 사람들이 팔열지옥을 훨씬 더 체감하기 쉬웠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같은 혹한의 지역에 살지 않는 아시아지역의 불교도들에게는 열에 의한 고통이 훨씬 더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인도 여름의 더위나, 중국의 남방, 일본의 유황냄새 나는 온천과 화산은 팔열 지옥의 상상력을 훨씬 쉽게 수용하게 했으리라 짐작해본다.

이 팔한지옥은 팔열지옥과 마찬가지로 4대주 중에서 남섬부주 아래에 위치해 있다. ‘구사론’에서는 남섬부주 형태가 마치 피라미드처럼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어지기 때문에 그 아래에 팔열지옥과 팔한지옥을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아비달마순정리론’에 의하면, 이 팔한지옥은 4대주 윤위산을 둘러싼 극한의 어둠 속에 있으며, 항상 차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사방으로 부딪치고 휘감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팔열지옥의 맞은편에 있는 팔한지옥은 또 어떤 고통과 업인을 배경으로 존재하게 된 것일까? 먼저 ‘구사론’에서 얘기하는 팔한지옥의 이름부터 정리해보면, 첫째, 알부타지옥(頞浮陀地獄, arbuda), 둘째, 니라부타지옥(尼刺部陀地獄, nirabuda)지옥. 셋째, 알찰타지옥(頞哳陀地獄, atata)지옥, 넷째, 학학파지옥(郝郝婆地獄, hahava) 또는 확확파(臛臛婆) 지옥, 다섯 번째, 호호바지옥(虎虎婆地獄, huhuva)지옥, 여섯 번째, 올발라지옥(嗢鉢羅地獄, utpala), 일곱 번째, 발특마지옥(鉢特摩地獄, padma) 또는 파드마 지옥, 여덟 번째, 마하발특마지옥(摩訶鉢特摩地獄, mahapadma) 또는 마하파드마 지옥이다.

‘불설법집명수경(佛説法集名數經)’에서는 이 지옥들의 한역(漢譯)명을 각각 1.포지옥(皰地獄), 2.포열지옥(皰烈地獄), 3.호호범지옥(虎虎凡地獄), 4.하하범지옥(哧哧凡地獄), 5.아타타지옥(阿吒吒地獄), 6.청련화지옥(青蓮花地獄), 7.홍련화지옥(紅蓮花地獄), 8.대홍련화지옥(大紅蓮花地獄)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팔한지옥의 한역명은 죄인들이 추워서 천연두[]가 생기고, 몸이 부어 터져서, 부스럼과 문둥병이 생기며, 추위 탓에 소리를 낼 수 없어 혀끝만 움직이다가 괴상한 소리를 내는 고통의 양상을 보여준다. 또한 청련(utpala)이나, 홍련(padma) 등의 꽃 이름이 지옥에 붙은 것은 추위에 동상이 걸리다 못해 푸른색, 붉은 색으로 피부가 변하고 연꽃모양으로 터지는 고통을 표현한 명명이다.

 ‘구사론 분별세품’ 제11권에서는 이 팔한지옥, 즉 극한(極寒)날락가의 수명에 대해서 “1마바하(麻婆訶)를 담을 수 있는 그릇에 참깨를 가득 부어놓고, 백년에 하나씩 집어내서 다 비우는 시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첫 번째 지옥인 알부타에 해당되며, 그 다음 지옥들은 순차적으로 20배씩 수명이 늘어나게 된다. 분명히 끝은 있지만, 아마 그 지옥에 있는 죄인들에게는 영원으로 느껴질 고통의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에서는 지옥죄인들이 무서운 팔한지옥의 고통을 쉴 수 있는 구원의 길을 제시해주고 있으니, 바로 불타의 광명이다. “팔한지옥에서 불타의 광명을 만나면 모두 따뜻해져서 이들 중생이 가진 고뇌가 그치게 되어 고통을 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지옥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어둠이 죄업과 그에 따른 과보의 고통을 상징하듯, 불타의 광명은 죄업을 소멸시키는 자비의 원력임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구도라 하겠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74호 / 2017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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