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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견 큰스님과 승강기

기자명 성원 스님

“언젠가 다시 천진불로 돌아갈까”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해에는 새 바람이 불어 줄 것이라 모두들 기대하고 있다. 특히나 올해 정유년은 닭의 해이다. 닭은 새벽을 알린다는 의미에서 모두들 기대하는 바가 굉장히 큰 것 같다.
예전에 일타 큰스님께서 계실 때였다. 해인사 도견 스님께서 노스님과 함께 약천사에 잠시 머무셨다. 하루는 몇몇 신도들의 초청으로 한가한 시간을 보내시는 스님들을 모시고 인근에 있는 어느 호텔에 가서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는 동안 도견 스님께서는 불빛을 환하게 밝히고 오르내리는 승강기를 계속 바라보고 계셨다. 차를 거의 다 마실 때 쯤 스님께서 조심스레 한마디 하셨다.

큰스님 승강기 바라보더니
“타보고 싶다” 천진하게 요청
요즘 나이 듦과는 크게 달라

“저것을 한번 타보면 안 될까?”
처음에는 그 말이 무엇인지 몰랐다.
“뭘 말입니까?”
“아, 아까 보니까 사람들이 저기 오르내리는 것을 계속 타고 노는 거 같은데 우리도 한번 타고가면 안 될까?”

그때서야 알았다. 스님께서는 투명유리로 만들어진 호텔 승강기를 무슨 놀이기구로 인지하시고 노구에도 불구하고 타보고 싶어 하신 것이었다.

모두들 박장대소했다. 누군가 한마디 답을 했다.

“스님, 제가 한번 태워드리죠. 굉장히 비싼 건데 특별히 큰 손님이 오셨으니까 한번 가 보도록 합시다.” 스님은 그 말을 진실로 믿었다. 모두들 웃음을 숨기면서 승강기를 탔다.

그 나름대로 엘리베이터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커피숍에서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달랐다. 창가에 서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던 스님께서는 꼭대기 층까지 올라 왔을 때 한 마디 하셨다.

“와! 이거 정말 너무 좋네. 근데 한 번 더 타면 안 될까? 돈을 다시 더 줘야 되는 건가?”

애써 웃음을 참느라 전전긍긍했던 우리는 결국 모두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모든 스님들이 떠나고 이제 우리들만 남았다. 나이 들어 추함이 더해지는 요즘 세태를 지켜 보노라면 나이 들어가면 누구나 자연적으로 천진함으로 돌아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1월18일이면 우리 어린이들이 다시 부산으로 공연 나간다. 공연에 참여해야하는 중요성을 아무리 얘기해도 우리 절 ‘리틀 붇다’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직 한마디 “이번에 공연이 잘 끝나면 다음 날 통도환타지아에 갈까?”라고 해야 했다. 결과는 뻔했다. 모두들 가려고 난리다. 제주도는 놀이기구가 특별히 없다보니 육지에 나갈 때 놀이공원을 빼놓을 수는 없다. 

이번 공연에 참가하면 천진불들은 또 통도환타지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통도사 참배하는 것보다 통도환타지아가 좋아서 그리로 가니 우습다. 예전에 사찰 앞에 위락시설을 만든다는 것을 많이 반대했다고 들었다. 그리나 중생들 입장에서 보면 통도사의 멋들어진 성스러움이나 놀이기구의 차이가 어디 있겠는가?

놀이기구가 있다는 것이 더 신나는 어린이들처럼 우리도 원래는 성스러움에서 조금 벗어나 어린이들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도견 스님처럼 우리도 언젠가 다시 천진불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74호 / 2017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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