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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대

젊은 스님이 노보살님에게 반말
불자들 신심 떨어뜨리는 원인
스님들에 대한 거부감 갖게 해

며칠 전 불교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화제에 올랐다. 불교인구가 300만명 가까이 줄고, 기독교에 종교인구 1위의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누군가는 이번 조사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전반적인 종교인구 감소 추세에서 불교인구가 준 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종교 신뢰도가 가장 낮은 개신교도가 갑작스레 저리 늘 수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또 대중적인 신뢰도가 높다는 가톨릭 신자마저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이번 종교조사를 불신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대화의 흐름은 올 것이 왔으며, 자업자득이라는 견해들이 많았다. 어린이와 청소년 포교에 대한 외면, 불자들의 희박한 정체성, 불교의 저조한 대사회적 활동, 스님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점들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다가 화제는 스님들이 재가불자를 하대하는 얘기들로 옮겨갔다.

그 중 한 분은 경기도에 사는 노 보살님이 겪었던 일이라며 말을 꺼냈다. 평소 다른 사찰을 다니던 노 보살님은 인근에 열심히 수행하는 스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워 찾아갔다. 그런데 스님을 만나고 나올 때는 매우 불쾌했다고 한다. 세속의 나이로 40대 안팎쯤 돼 보이는 젊은 스님이 말끝마다 반말이라는 것이다.

“보살, 반가워, 어떻게 왔어?” “절에는 많이 가보셨나” “잘 가고 내일도 꼭 나와” “기도는 꾸준히 해야 돼, 알았지.” 등등. 스님이 친근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반말을 하는 거라고 이해하려 했지만 실망과 불쾌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자원봉사를 갔던 여성불자의 사례도 나왔다. 사찰에서 실시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특정 소임을 맡고 있는 젊은 스님의 계속되는 하대에 기분이 크게 상했을 뿐만 아니라 함께 갔던 초심자한테도 민망해 그냥 돌아왔다는 얘기였다.

이런 일들은 남성불자 사이에도 곧잘 벌어진다. 등산을 갔다가 절이나 암자에 들르다보면 스님들과 얘기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불자라고 하면 반가워하면서도 은근히 깔보는 느낌을 받다보니 나중에는 굳이 불자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 오히려 대화도 자연스럽고 끝까지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날 대화의 결론은 불자감소를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스님들의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는 데에 있었다. 스님들이 교리와 수행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고, 절에 오는 분들을 존중하면 불자들은 저절로 늘 것이라는 얘기였다.

▲ 이재형 국장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짓게 되는 10가지 그릇된 행위를 지적했다. 그리고는 거짓말, 이간질하는 말, 욕설, 꾸며대는 말 등 4가지가 말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의 권위는 말이나 가사장삼이 아닌 덕과 수행력에서 나온다. 근세의 고승인 한암 스님도 나이가 적은 사람은 물론 상좌들에게까지 경칭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출가자는 인천(人天)의 스승이다. 그렇기에 스님의 말이 갖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의 말이 불자들의 신심을 떨어뜨리고, 열심히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에 대해 그릇된 시각을 갖게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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