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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 위한 여섯 가지 약속

기자명 가섭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1.16 10:54
  • 수정 2017.01.16 13:32
  • 댓글 0

공동체 규칙 지키는 게 첫째
자비로운 말과 배려가 기본
인연에 연연하면 신뢰 무너져

새해가 그렇게 또 밝았다. 희망을 품기에는 녹록치 않은 사건들을 뒤로 하고 덕담을 건네는 것조차 쉽지 않은 무거운 새해를 맞았다. 그나마 지난 연말 어느 연예인의 시상식 수상소감이 귀전에 맴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아주 평범한 문구지만, 새해를 맞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로 암울한 현실을 위로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광장에서 사람들 입을 통해 또 다른 이의 가슴으로 전해져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하기 힘든 사방이 검은 어둠 속 등대처럼 우리를 이끈다.

지금 겪고 있는 상실의 아픔은 우리가 초래한 결과임이 분명하다. 이웃의 아픔을 쉽게 잊고 재발방지를 위한 사고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지 않으며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기본적인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업보다. 그래서 더 아프고 회복 또한 더디다. 그렇다고 그냥 또 그렇게 일부만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원망하기엔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몇몇 문화예술계에서 ‘적군’으로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광장에서 양파를 까면서 끝 모를 거짓과 편 가르기를 해온 위정자들을 빗대어 풍자하기도 하였다.

덕담조차 쉽게 건네지 못하고 그렇게 맞이한 새해는 어느덧 첫 달의 중간을 넘기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목전에 던져진 참과 거짓 그리고 어둠과 밝음의 힘겨루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오로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믿음만이 한 줄기 희망이다. 번뇌의 또 다른 모습은 지혜가 될 수 있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부처님이 우리에게 당부하신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위한 여섯 가지 화합의 약속이 무겁게 다가온다.

첫 번째는 ‘계화동준(戒和同遵)’이다. 규칙을 같이 지켜 화합하는 것으로 우리 공동체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또는 권력을 이용한 위법과 탈법들이 사회 화합을 깨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 약속을 준엄하게 지켜나가자는 것이다. 둘째는 ‘이화동균(利和同均)’이다. 이익을 사회구성원 간에 균등하게 나눔으로 화합하는 것이다. 자본의 불균형으로 사회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요즘 기본소득 등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균등한 나눔을 통해 화합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로는 ‘견화동해(見和同解)’이다. 견해를 같이 이해함으로 화합하는 것이다. 견해는 사상과 철학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다른 것을 틀렸다고 비방하거나 억압하기보다는 이해하는 배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넷째로는 ‘신화동주(身和同住)’로 몸을 같이 머물며 화합하는 것이다.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공적인 살림을 공개하며 살아야 한다. 공적인 자리에 있으면서 사적인 인연에 얽매여 일을 한다면 공동체의 신뢰는 무너지고 만다.

▲ 가섭 스님
다섯째로 ‘구화무쟁(口和無諍)’으로 입은 다툼 없는 자비로운 말로 화합하는 것이다.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할 수 있어야하며,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되 자비로운 말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여섯째는 ‘의화동지(意和同志)’이다. 생각이 같고 지향점이 같을 때 화합할 수 있다.

‘뒤주 밑이 긁히면 밥맛이 더 난다’는 속담이 있다. 가난한 사람의 뒤주에 얼마 남지 않은 쌀로 지은 밥맛이 더욱 맛있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새해덕담조차 쉽게 건네지 못할 침울한 현실이지만 여섯 가지 화합의 마음으로 어둠보다는 빛을, 거짓보다는 참을 간절히 바란다면 우리는 언제든 새해처럼 찬란한 내일을 맞을 것이다.

가섭 스님 조계종 포교부장 kasup@hanmail.net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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