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지웅 작가
1. 윤지웅 작가
  • 구담 스님
  • 승인 2017.01.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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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다름이 만나는 연기라는 교차로

▲ 불일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주제없는 展’ 전시 오프닝 광경.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답게 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변하기 때문이다.” (백남준, 1961)

순간순간 바뀌는 생각들
관찰하고 작업으로 반응


오늘날 미술에서 솟아나는 종의 다양성은 과거 이념을 초월하고자 하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해묵은 담론은 그 자체로 일품 장맛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신진 작가들에게 동질의 경향성과 주장들은 수거의 대상이 되면서 점차 다양한 매체와 소재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창작하기 위해 회화,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등에 이르기까지 종합적 예술을 향해 광범위한 노정은 그 자체로 미완의 장엄이라 할만하다.

윤지웅은 특정한 표현 형식보다는 주제와 장소에 어울리는 기법을 선호한다. 회화에서도 어떤 프레임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상황과 공간에 부응하는 즉흥성으로 작품화에 도전하며, 또 설치나 퍼포먼스와 같은 방식에서도 정해진 바 없이 착상된 인식을 풀어헤쳐서 실험적인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청년 불자인 작가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와 불가(佛家)의 ‘화두란 무엇인가’의 질문이 다르지 않다고 보고, 불교예술과 명상에서 영감 받은 착상을 더 밀어붙여 공들인 어느 하나가 만개의 꽃비로 산화하는 연기적(緣起的) 예술을를 지향하고자 한다. ‘이것’과 ‘저것’이 서로 별개의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 서로 연관된 존재라는 확고한 신념을 부정하고 부정한 결과다. 평소 윤지웅은 논리적인 사고보다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생각하기를 즐긴다고 한다. 순간순간 바뀌는 생각들을 그저 관찰하고 작업으로 반응할 뿐, 통일된 주제나 일관된 형태 없이 작품과 작업 방식이 계속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작가의 개인전 ‘주제없는 展’에서 장엄된 설치작에서는 고정 불변하고 실체가 없는 아공(我空)의 이치를 표현한 개념들이 어우러진 작업과정을 선보였다. 작가 자신의 작업실을 전시공간으로 옮겨와 미술작업을 이어가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 또 다른 전시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연기적 전시를 시도한 것이다. 전시 오프닝에서는 행위예술과 무용을 접목한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번뇌의 상징인 옷(패션)을 입고 벗는 가학을 통해 자신의 업(業)과 상(相)이 해체되는 복합 퍼포먼스로 관객과의 호응을 펼쳐 보였다.

1979년 서울 출생의 윤지웅은 호주에서 고등학교 재학 시 우연히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를 만나 예술가로 살아가기로 결심을 하고,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2007년 태어난 지 1만일 되던 날,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품을 시간 순으로 책을 엮어 인연 있는 이에게 전하고, 당시 살던 집을 24시간 개방해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바꾸어 누구라도 언제든지 전시 공간에서 쉴 수 있는 안락함을 제공한 바 있다. 이후 2011년 팔만대장경 천년축전에서 해인아트프로젝트 본부장 겸 디렉터로 활동하며 불교와 현대미술의 공통점을 찾는 기획에도 관여했다.

작가는 미술의 개념이 사라진 세상의 중심에 서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말을 아낀다. 말로서는 표현할 길이 막막하므로. 회화든 조각이든 번뇌의 몸짓이든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면 그저 면벽의 부처로 남을 것이다. 윤지웅에게 있어 우리 모두는 서로 연관된 존재일 뿐 아니라 서로를 비추고 있는 거울인 셈이다. 이 세상의 어떤 존재이건, 크던 작던 간에 수많은 존재들이,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나를 이 세상에 살아가게 하는데, 모두 힘을 보태고 있음을, 소통과 표현의 방식으로 입증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로 무(無)다. 무화(無化)되어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무수한 변화의 과정을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허울 없이 지내는 작가의 친형이 출가자라는 사실은, 그를 한발 더 일척간두로 내모는 매력적인 큰 화두 덩어리인 것이다. 

불일미술관 학예실장 구담 스님 puoom@naver.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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