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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국 불광미디어 광고국장-상

영업활동으로 ‘불광운동’에 동참

 
지난해 11월1일은 내게 뜻 깊은 날이었다. 한국잡지협회가 주관한 제51회 잡지의 날 기념식에서 한국잡지언론상 광고부문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국 주요 총판과 서점을 돌며 영업하는 등 월간 ‘불광’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였다. 또 광고주 요구를 적극 수용해 디자인 초안을 작성하고 디자인팀과 논의해 광고의 격을 높였다는 칭찬도 받았다. 고마우면서도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날 사람들에게 밝혔듯 내가 38년간 이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직장 동료들과 주변의 많은 분들 덕분이다.

고교 졸업 앞두고 불광 입사
광덕 스님 인품에 크게 감화

1979년 2월17일, ‘불광’에 첫발을 디딜 때만해도 내가 이렇게 오래 다닐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인연이었고, 그 인연을 따라 걸어온 세월이었다.

3남1녀 중 셋째인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경기도 용인의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당시 할머니를 따라 절에 갔다가 하룻밤을 자고 왔던 일들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 서울로 올라온 나는 운동에 재능을 보였다. 학교 축구팀에서 활동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내 포지션은 상대 측면을 파고드는 윙이었다. 축구를 곧잘 해 중학교를 특기생으로 입학했으며, 고등학교에서도 선수생활을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학 후 축구선수의 꿈은 곧바로 접어야 했다.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허리 통증이 악화돼 선수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때마침 홍성복이라는 학교 선배님이 편집장으로 있다는 월간 ‘불광’이란 곳에서 사환을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곳으로 실습을 나가겠다고 자원했다. ‘불광’은 1974년 광덕 스님이 창간한 월간 잡지로 교리와 신심을 강조하면서도 과학, 철학, 심리학, 문학 등 불교를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이 실린 불교잡지였다.

▲ 1980년대 초 오토바이로 영업하던 허성국 국장(오른쪽).

나는 안국동 사거리에 위치해 있던 사무실에 출근했다. 처음 내가 했던 일은 광덕 스님이 쓰신 원고와 교정지들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원고를 받기 위해 주로 종로 대각사에 갔지만 때로는 지금의 구리 갈매동 보현사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스님은 케이크나 과일 등 먹을 것을 손수 챙겨주기도 하셨다. 한번은 원고를 교정하시는 스님과 한방에 있을 때였다. 스님은 무릎 꿇은 나를 힐끗 보시더니 편히 앉으라고 하셨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스님은 다시 원고를 쓰시는데 집중하셨다.

조금 지나자 무릎이 저리고 아파왔다. 나는 괜찮다고 했던 말을 후회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땀이 삐질삐질 나더니 나중에는 다리에 감각자체가 없어졌다. 그렇게 3시간 쯤 됐을 때 스님은 원고가 다 됐다며 건네셨고, 나는 그것을 받으려고 일어서다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때 스님이 짓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직하다고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어리석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스님의 눈빛은 늘 형형했다. 온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스님의 맑은 모습이 좋았다. 스님이 항상 강조하시던 “내 생명 부처님 무량공덕생명”이라는 말씀도 참 좋았다. 스님께서는 ‘불광’이라는 잡지를 통해 모든 사람이 본래부터 부처님 생명으로 살고 있다는 자각과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이 바로 바라밀국토임을 일깨워주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입사 후 오래지 않아 원고수발 외에도 영업 분야를 담당하게 됐다. 이 일은 내가 불광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이었다. 큰 가방을 둘러매고 서점과 터미널들을 찾아다녔다. ‘불광’이 가판대에 오를 수 있도록 그들을 설득했다. 그렇게 하나씩 둘씩 ‘불광’이 깔린 서점도 늘어갔다. 그러다가 보다 획기적인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마침내 결론 내린 것이 ‘오토바이’였다. 오토바이는 나의 영업의 바운더리를 크게 확장시켜준 계기기 됐다.

정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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