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우리는 이미 온전한 존재

기자명 재마 스님

본래의 모습 발견해 참 행복 회복이 중요

수피신비가이며 시인인 루미는 ‘인류의 모든 스승들은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 자기 자신의 본성, 즉 깨달음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가르쳐 왔다’고 전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참된 존재를 깨달아 체현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는 말씀이지요.

우리 불성은 붓다 불성과 같아
이뭣고는 바로 본성 찾는 수행
우리의 본성을 자각하는 것이
존재여행 하는 동안 가장 필요

본성을 초기불교에서는 ‘무상·무아’, 반야·중관학에서는 ‘공성’, 대승·여래장에서는 ‘불성’ 등의 이름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 신비가 에크하르트 톨레는 ‘근원’으로, 영성가 파커 파머는 ‘내면의 교사’로 수피 신비가들은 ‘숨겨진 정수’라고 하고, 그리스도교에서는 ‘신성’ 힌두교에서는 ‘브라흐만’등 모든 종교의 심층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붓다께서는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나’는 내가 생각하고 보고 아는 형태와 개념으로 고정되어 있거나 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초기경전 ‘앙굿따라니까야’ 등에서 우리 마음·의식의 깊은 층을 ‘밝고 청정하고 투명한 빛’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이분법적인 개념의 세계를 넘어서, 존재를 형성하고 있는 오온과 모든 형태의 인식 자체가 공하다는 불성의 성품을 ‘반야심경’ 등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티베트의 스승인 뇨슐 켄포 린포체는 마음의 본성, 불성을 “심오하고 평온하고, 복잡함에서 벗어나 어떤 것과도 뒤섞임 없이 반짝 반짝 빛나는 명료함, 마음의 개념적 이해를 벗어남”이라고 했고, 소걀 린포체는 ‘우리가 지닌 불성이 붓다의 불성과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본성을 ‘참된 존재의 광휘와 광대함, 관대하고 따스하고 자비로운, 깨달은 존재의 무한한 자비심’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우리가 평소에 ‘나’라고 알고 있는 마음과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본성’이라는 두 가지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성은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고통의 원인을 여읜 상태입니다. 많은 분들이 화두로 수행하고 있는 ‘이 뭣고’도 바로 우리 본성을 찾는 수행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불교전통에서는 어렵게 귀한 인간이 되었을 때 우리가 제일 심혈을 기울여 최선을 다해야 할 일은 우리의 본 모습을 발견해서 참된 행복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진리를 향한 목마름과 자신의 본성을 마주하려는 노력으로 획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본성에 대해 잘 모르거나 낯설어 하는데 그 이유를 소걀 린포체는 ‘티베트의 지혜’라는 책에서 네 가지로 듭니다.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보기도 깨닫기도 어려운 것이 첫째이고, 본성은 너무나 깊어서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둘째라고 합니다. 셋째는 항상 현전하고 너무나 쉽기 때문에 믿기 어려우며, 넷째는 너무나 방대하고 놀라워서 우리의 편협한 사고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번 생에 존재여행을 하는 동안 정말 필요한 것은 우리의 본성을 자각하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그 방법으로 본성을 덮고 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흐름을 알아차리기 위해 하루 중 잠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멈추고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생각의 껍질 속에 감추어진, 생각의 틈새인 침묵의 맑고 텅 빈 공간을 명료하게 인식하기를 실험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더럽거나 깨끗하다는, 좋거나 싫다는, 맞거나 틀리다는 판단보다 나타나는 현상을 그대로 비추어보는 지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고통의 대부분은 사물과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이번 한 주간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상황과 사람을 나의 방식대로 통제하려고 하는지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수행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면 아집이라는 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이라는 텅 빈 본성이 현현하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상대방도 불성을 갖고 있는 온전한 존재임을 믿고 공경하는 것입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