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결 못할 문제는 없다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1.23 11:41
  • 수정 2017.02.07 10:36
  • 댓글 0

추위에 든든하던 삼겹옷이라도
날 따뜻하면 땀공장으로 돌변
또렷한 의식 유지하는 게 관건

불교 이모티콘 ‘어라’를 그린 지찬 스님과 함께 청년포교를 위한 자전거 명상 모임 ‘절친이어라’를 만들려고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20~30대 청년들과 함께 매달 한강에서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함께 공양하고, 명상도 함께하고, 자전거도 함께 타는 그런 모임이죠. 본격적으로 청년들과 함께 하기전에 지찬 스님과 제주도 해안도로를 일주해보기로 약속했는데 그 날이 찾아왔습니다.

자전거를 가지고 제주도를 가려면 배를 타야 하기에 용산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출발해 목포에 도착했습니다. 목포에 왔으니 바다를 제일 먼저 보겠다고 서둘러서 도착한 해안가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살을 에는 바람뿐이었습니다. 초가을이라 가볍게 옷을 입고 온 제게 있어서는 큰 시련의 시작을 알려주는 예고편이었죠.

분명히 초가을인데 바닷가 근처에 가기만 하면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제 옷깃을 깊게 파고드니 참 춥더군요.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두터운 옷을 가지고 올 수도 없는 입장이니 슬쩍 짜증이 일어나더군요. 하지만 일단 ‘얼굴에는 미소 마음에는 평화’의 호흡으로 마음을 다잡고 얇은 옷을 겹겹이 싸입기 시작했습니다.

한 겹이 두 겹되고, 두 겹이 세 겹되서 삼겹옷을 입었더니 비로소 초가을 같이 느껴지더군요.

다음날 아침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갈 생각을 해보니 무지 추울 수 있겠다는 예상이 들더군요. 그래서 역시 삽겹옷을 온 몸에 칭칭 감싸 입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 있게 나아간 초가을 바다 위는 황당하게도 무지 덥더군요.

어제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준 삼겹옷은 이제 제게 땀 공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짜증이 슬쩍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다잡고 겹겹이 입었던 옷을 하나 하나 벗어가며 온도를 적절히 맞췄습니다.

제주도에 도착한 이후에도 변덕스러운 날씨에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라이딩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잠깐 쉴 때마다 계속해서 날씨와 온도를 체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귀찮은 작업이지만 몸의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만 여행 중 건강을 지킬 수 있으니 필수적인 습관이죠.

세상에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습니다.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을 뿐이죠.

부처님 재세시에 인도의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문제를 안고 부처님을 찾아 갔습니다. 문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이었죠. 그리고 부처님은 그 모든 문제를 정말 훌륭하게 풀어주셨습니다.

그래서 당시 인도 사람들은 부처님을 세간의 문제를 잘 풀어낸다는 뜻의 ‘세간해’라고 부르며 존경어린 마음을 표현했죠.

석가모니 부처님이 풀지 못하시는 세상의 문제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 지혜가 모자라니 풀기 복잡한 문제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에 전 위안을 받습니다. 지혜가 모자라니 지름길을 놔두고 멀리 멀리 돌아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좀 고생하면 문제가 풀린다는 확신을 주는 말이니까요.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하루 하루 맞닥뜨리는 세상을 잘 바라봐야 합니다. 멍하니 정신을 놓고 살아가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스스로의 마음 베터리를 최대한 활용해서 또렷한 의식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럼 엉켜진 실타래 같은 끝 없는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게 되니까요.

세상에 해결 못할 문제는 없습니다.

세상이 내주는 퍼즐들을 지혜롭게 풀어내는 불자들이 되시기를 반야의 주인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 축원합니다.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