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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의 기준

  • 법보시론
  • 입력 2017.01.23 11:46
  • 수정 2017.02.07 10:36
  • 댓글 2

우리는 아들과 딸에게 어떤 사회, 어떤 가치를 물려주고 있는가. 많은 언론들이 우리 사회의 행복만족도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이라고 보도했다. 우리가 어떤 행복,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중산층 기준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검토해 보자.

직장인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우리 사회 중산층의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2) 월급 500만원 이상 3)자동차는 2000 CC급 이상 중형차 소유 4)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5)해외여행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것.

이와 같은 설문결과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의견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중산층 기준은 오직 돈 하나뿐이라고 말해도 되는 것은 아닐까. 가치관, 신념, 사회정의 같은 정신적 가치는 하나도 없고 경제력과 재산만을 우리는 중산층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통용되는 중산층 기준은 어떤지 살펴보자. 프랑스의 경우 1)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고 2)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3)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고 4)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고 5)‘사회적 공분(公憤)’에 의연히 참여할 것 6)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을 제시한다. 영국은 1)페어플레이를 할 것 2)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3)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4)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5)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미국은 1)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게 말할 것 2)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3)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4)정기적으로 보는 비평지가 있을 것을 꼽는다.

3개국의 기준에는 가치관, 사회정의와 관련된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영국과 미국의 중산층 기준은 모두 사회정의, 신념, 봉사, 부정과 불법에 대한 저항 등 가치와 관련되는 항목만 제시되어 있다.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은 퐁피두 전 대통령이 제시한 ‘삶의 질’ 공약 내용을 토대로 했다. 프랑스를 제외하면 중산층 기준의 근거가 불분명하다. 영국과 미국 대사관도 “현재로서는 그 기준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의 기준도 어떤 조사에 의해 나온 결과인지, 또 중산층 기준의 근거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중산층 기준은 물질적·경제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고, 다른 국가의 중산층 기준은 정신적·사회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 뚜렷한 대조를 보여준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 영국,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에서 돈과 관계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따라서 행복전문가 에드 디너 교수의 우리 사회 진단이 다시금 실감난다.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물질 중심적이고, 사회적 관계의 질이 낮다. 특히 경제 중심의 가치관은 최빈국 짐바브웨보다 심하고, 미국에 비해 3배, 일본에 비해 2배나 높다.”

우리 사회 낮은 행복감의 원인은 바로 경제만능주의에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1960년대부터 경제발전에만 전념해 돈으로만 계산되는 그런 행복, 사람 위에 돈이 올라가 있는 가치관 부재의 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서 경제적으로 안락한 생활을 하기 위해 우리는 가정, 인간관계, 가치관, 마음의 여유 등 모두를 희생하고 있지 않은가.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화, 라면의 상식화(常食化)’가 바로 청와대의 업무지침이 아닌가.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 jtoh@hallym.ac.kr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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