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인천 만월산 약사사
11. 인천 만월산 약사사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7.01.23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회향·실천 바라밀 법향으로 인천을 물들이다

▲ 인천 약사사는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다양한 대사회활동으로 지역 대표사찰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약사사 베트남 불자 법회 모습.

인천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남동구 만월산은 본래 ‘주안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다. 실제 ‘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 등 옛 기록에는 이곳이 주안산으로 표기돼 있고, 인근에 주안이라는 지명도 여기서 비롯됐다. 주안산이 만월산으로 바뀐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불교와 인연이 깊다. 1920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수행하던 보월 스님이 이곳에 터를 잡고 암자를 지은 후 ‘만월산’이라 명명한 것이 시원이 됐다는 전언이다.

1978년 장학재단 설립해 지원
실천 강조하며 신행문화 혁신
반야·보현회 등 봉사활동 활발
이주민 법회 새 성장동력으로


그렇지만 만월산과 불교의 인연은 훨씬 이전부터 이어졌다. 고려를 개국한 왕건은 왕명으로 만월산에 ‘개국사’를 창건토록 했고, 이후 이곳에는 늘 100여명의 스님들이 수행·정진한다 하여 ‘백인사’라 불렸다. 그러나 조선의 배불정책으로 사찰은 폐사됐고, 스님들마저 뿔뿔이 흩어지면서 폐허가 됐다. 그러던 중 보월 스님이 약사암을 건립하고 뒤를 이어 능해 스님과 해원 스님, 그리고 현 주지 화응 스님이 중창을 거듭하면서 현재 대가람 약사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인천 사람들은 약사사를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는 지역 대표 도량이라 평한다. 그도 그럴 것이 1978년 장학재단을 설립해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잇지 못하는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약사사 인재불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회향과 실천으로 완성된다’는 사부대중의 원력으로 멈춤 없이 이어지고 있다.

약사사도 과거에는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기도하고 불공하는 불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30여년 전 금강합창단이 창단되면서 변화는 시작됐고, 이내 남동 사람들의 우리 절로 다가서게 됐다. 약사사가 ‘부처님 법이 바로 선 도량’ 되기를 발원한 스님들이 신행문화 혁신에 나섰고, 우선 불자들에게 쉬운 노랫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다. 특히 금강합창단을 통해 내가 아닌 ‘우리’, 혼자가 아닌 ‘같이’, 바람이 아닌 ‘회향’의 중요성을 심어주었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만들어낸 파동이 호수 전체로 퍼지듯 변화의 바람은 이내 약사사 전체로 번져나갔다. 자발적 신도모임이 조직돼 체계를 갖춰가기 시작했고, 신행과 기도의 공덕을 이웃에 회향하는 신행단체로 발전해 갔다. 병원봉사모임 반야회가 결성하게 된 배경이다. 반야회는 지적장애인과 치매·중풍노인들을 위한 병원을 찾아 정기법회와 말벗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현회는 독거어르신, 차상위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한다. 이들은 십시일반 모연한 기금으로 밑반찬을 만들어 직접 전달하는 불사를 행하고 있다. 특히 IMF 당시 길거리로 내쫓기고 결국 가족이 해체되는 안타까운 일들을 목도한 뒤 위기의 가정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임시거처를 제공하는 일도 하고 있다.

약사사 어른들의 선한 마음은 아이들에게로 이어졌다. 약사사 어린이·청소년회 역시 자신들의 역량껏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데 적극 동참한다. 만월산 생태계 보호와 쓰레기 수거 등 녹색환경을 지키는 일이 약사사 어린이·청소년의 소임이다. 방학기간에는 반야회 활동에도 참여,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심부름을 도맡는 등 약사사 미래의 희망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약사사는 새로운 불사를 통해 남동 주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섰다. 증가 추세인 베트남 출신의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일이다. 3년 전 시작된 약사사 베트남 불자 법회에는 평소 30여명이 동참하고 있으며, 베삭·백중 등 주요일정에 맞춰 마련되는 베트남 큰스님 초청법회에는 300여명이 참여할 만큼 이주민들의 신행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 불자들의 동참은 기존 신도단체와 어우러져 약사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자비로운 마음, 풍요로운 세상’. 대웅전에 걸린 현수막 글귀와 같이 약사사는 넉넉한 품으로 인천을 맑고 향기로운 부처님 세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인천=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지역 위한 지속가능한 불사들 확대할 것”

인천 약사사 주지 화응 스님

 
“사찰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공간입니다. 배움과 실천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선대 스님들은 약사사가 불제자를 키우는 공간, 부처님 법으로 향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약사사 사부대중은 이 같은 가르침을 지키고 실천하기 위해 정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약사사 주지 화응<사진> 스님은 확언했다. 약사사가 지금의 대가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부대중이 하나가 되어 십시일반 동참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사회로의 회향은 그 감사함에 대한 보답이고, 이로 인해 지역주민이 행복해지면 약사사 불사에 대한 동참도 늘어나 결국 더 크게 성장하는 토양이 된다고 했다. 최근 베트남 불자들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인천 남동지역은 항만이 이웃하고 공장도 밀집돼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결혼이민자들의 숫자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더 이상 이들은 이방인이 아닙니다. 어렵고 힘들어 모두가 외면하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의 어머니로 가정을 꾸려가는 소중한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불자인 이들이 예불을 모시고 법회를 보려는데 장소가 없다고 합니다. 부처님 법을 구하려는 우리의 이웃에게 공간을 내어주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역사회에 대한 회향에는 원칙이 있다. 사람을 키우는 것과 지속성 그것이다. 화응 스님은 “장학사업과 금강합창단 창단, 봉사모임 반야회와 보현회 등이 수십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추진됐고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사람을 키워내고 지속성을 담보한다면 미래에 대한 계획과 발전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일회성·전시용 행사를 지양하고 불교와 지역을 위한 지속가능한 불사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화응 스님은 대한불교화엄종 총무원장, 화엄장학회 이사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이사,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다.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