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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케다 한시(武田範之)

기자명 이병두

조선 침략 첨병 자처한 일본인 승려

▲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주역인 흑룡회원들. 앞 줄 맨 오른쪽이 다케다 한시.

촬영 시점을 알 수 없는 위 사진은 1895년 10월8일 새벽에 일어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주역인 우치다 료헤이·이노우에 도사부로·다케다 한시·요시쿠라 오세이·구주 요시히사 등이 함께 찍은 것이다. 그 중 앞 줄 맨 오른쪽이 일본 조동종 승려 다케다 한시(武田範之)인데 승려라고 하지만, 사진에서 보기에도 자비 문중의 일원이라기보다는 칼을 차고 살인을 일삼는 일본 낭인(浪人)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는 명성황후를 참살(慘殺)한 이후에도 조선에 계속 머물면서 흑룡회(黑龍會) 조직을 주도하는 등 일제의 조선 침략 최전선에 있던 인물이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참여
칼 차고 살인 일삼은 낭인
조선불교에도 깊숙이 개입

흑룡회는 1901년 2월 조선에서 활동하던 낭인 집단인 천우협(天佑俠) 소속의 우치다 료헤이·요시쿠라 오세이 등이 다케다 한시와 함께 일본의 침략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조선·만주·시베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던 낭인들을 규합하여 조직한 단체로, 이들은 일본이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개시하고 조선을 병합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에는 주간인 우치다가 통감부 촉탁으로 조선에 와서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막료로 활동하면서 낭인들을 활용하여 조선 전국의 민심 동태와 각 지역 사정·지형 등을 정탐하는 동시에, 다케다 한시는 일진회를 조종하여 1909년 12월4일 ‘합방성명서’를 발표하고 황제·총리대신·통감에게 합방청원서를 전달하게 하였다.

이런 다케다 한시의 활동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친일파 거두 이용구이다. 이용구는 동학을 분열시켜 탄생시킨 시천교(侍天敎)와 일진회를 앞세워, 송병준과 더불어 일본의 조선 병탄 분위기를 조성하였을 뿐 아니라 다케다 한시와 함께 조선 불교를 일제 침략의 앞잡이로 만드는 공작에도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의 이런 활동에 일제 통감부의 막후 지원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 연재 세 번째 ‘원흥사 창건’에서 썼듯이, 1908년 원흥사에 설립된 원종(圓宗) 종무원은 이회광을 종정, 다케다 한시를 고문으로 추대하였는데,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원종 종무원의 대표는 명목상 이회광이었지만 그 실권은 다케다 한시·이용구·송병준 등의 수중에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일제의 한국 병탄 직후인 1910년 10월6일 이른바 ‘연합조약’을 통해 일본 불교 조동종에 한국불교를 예속시키는 것이었다. 우리 불교의 근대사에는 이런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지워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슬픈 과거’가 있다.

다케다 한시가 속했던 조동종은 명성황후 참살뿐 아니라 청일·러일전쟁에서도 승려들이 침략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였고, 1910년 강제병탄에 발맞춰 축하 법요를 봉행하였으며, 현재의 신라호텔 자리에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의 호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춘무산 박문사(春畝山博文寺)를 세우는 데 앞장서는 등 죄악이 매우 크다. 그러나 최근 종단 차원에서 이러한 과거의 죄악을 반성·참회하며 불교 본래의 모습을 찾으려 애쓰는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에는 박수를 쳐줄 일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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