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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903년 유점사 봉축법요식

기자명 이병두

조실부터 어린사미까지 모두 동참

▲ 1903년 금강산 유점사 능인보전 앞에서 찍은 사진.

1903년 5월4일(음 4월8일), 금강산 유점사 능인보전(能仁寶殿) 앞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 장면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촬영자가 알려지지 않은 사진이다. 맨 앞줄 가운데에 주장자를 짚고 있는 스님은 사중의 최고 어른인 조실이나 회주스님으로 다른 비구·비구니들과 동자승들이 공손하게 합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아마 ‘부처님 탄생의 의미’나 ‘빈자(貧者)의 일등(一燈)’을 주제로 봉축 법문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뒤쪽에 이 스님과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는 분도 법회에 동참한 다른 스님들보다 법랍이나 지위가 높은 스님일 것이다. 한편 고깔을 쓰고 있는 세 사람은 법요식에서 승무(僧舞)나 바라춤을 추는 스님들이거나, ‘비구니·사미니’로 ‘비구·사미’와 구별하기 위해서 표시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정한다.

법회 뒤에 감사인사 하는 모습
주장자 짚은 스님이 가장 어른
어린스님들은 버려진 아이 추정

그리고 요즈음 법회와 달리 출가수행자들이 전각을 등에 지고서 재가 대중들을 마주보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혹 법회가 끝난 뒤 재가 신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순간을 찍은 것은 아닐까 추측도 해본다.

이 사진에 특히 눈이 더 가는 것은 전체 인원 중에서 사미·사미니로 보이는 어린이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1895년 이른바 갑오개혁으로, 천민 대접을 받던 승려들의 신분 해방이 이루어지고 서울 사대문 안 도성 출입도 형식상 자유로워졌다고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여전히 신분제가 지배하고 있던 조선 사회에서 사랑하는 자식을 승려가 되라고 절에 보내려는 집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전국의 사찰을 유지·관리하고 기와·종이 등의 징발과 전국의 축성(築城)과 수성(守城)을 위한 승병 징집 등 정부의 갖가지 요구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승려 수를 유지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궁금하였는데, 제2회에 소개한 영국 출신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기록에 그 실마리가 보인다.

그녀가 “승려의 수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고아나 가난 때문에 어린 나이에 부모들이 절에다 바친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절에 들어온 아이들은 불교 교학과 역사 등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잠시 습의(習儀) 교육을 받는 정도에 불과했을 것이다. 비숍이 “젊은 승려들 중에 몇몇은 신실해 보였다”며 긍정적인 느낌을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이런 아이들 중에서 속세의 근심과 갈등을 잊고 정말 탈속과 정진의 종교생활에 들어가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사벨라 버드 비숍 지음,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중 제11장 ‘금강산의 여러 사원들’에서)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가난한 집 아이들이나 고아의 출가가 이루어졌지만, 이제 그런 일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형벌이나 신용 불량 문제로 도피성 출가를 하겠다고 하는 이들의 문제는 아주 최근까지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고, 그래서 이를 검증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앞으로도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일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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