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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문화재 이전·해체 신중해야

기자명 서만철
석조 문화재는 돌로 이루어진 문화재를 말하며, 기록매체로서의 석조문화재, 장례문화유적, 고대 도시유적, 신앙 관련 유적, 암각화 등 그 범위가 실로 다양하다.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동굴이나 화산 등도 자연문화재로서의 석조문화재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하천가나 산야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듯이 보이는 돌들도 알고 보면 지구의 역사책이라 할 수 있다. 돌 내부에는 나이를 알려주는 방사성동 위원소로 이루어진 시계를 가지고 있어 암석이 탄생한 후 흐른 시간을 말해주기도 하며 당시 지구상에 살던 생명체들의 흔적을 화석으로 간직하기도 하여 지구의 역사를 말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서기 414년에 건립된 고구려 제19대 광개토대왕비 또한 1600년이 지난 현재까지 광개토대왕의 치적을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다. 현재 전쟁을 겪고 있는 이라크지역의 바빌로니아(700-500BC)의 유일한 고대 메소포타미아 세계지도도 돌판에 새겨 놓았다. 만일 이러한 기록이 돌에 기록되지 않고 CD 롬과 같은 첨단화된 매체에 기록되어 있었다면 수 천년이 지난 지금 해독이 가능할 것인가? 아마
도 오늘날 쓰고 있는 자기테이프나 CD롬을 비롯한 각종 저장매체들이 10년 뒤에 그대로 쓰일 보장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반영구적인 저장매체로서의 석조문화재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인류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앙표현의 대상으로 돌을 선택하여 신전을 짓고 돌을 사용하여 그 신앙대상을 만들어 숭배하곤 하였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로부터 수난을 당한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대불이나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전래되는 관문인 중국 돈황의
막고굴(幕高窟) 석굴,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불국사 석굴암, 그 용도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종교 제 의식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영국의 스톤헨지(Stonehenge) 유적 등 이 모두 돌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신앙과 관련된 대표적인 석조문화재에 해당한다.
페루의 마추피추 고대 도시유적,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 로마의 대표적인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 현재의 터키지역에 해당하는 동로마제국시대의 많은 원형경기장, 아테네 신전과 같은 각 문화권의 신전 등은 2천년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복잡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신비로움과 마음의 안식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석조문화재는 원래의 위치에 있어야만 그 가치가 더욱 빛나게 마련이다. 오늘날 특정 기념비를 세울 경우에도 그 위치를 선정할 때 심사숙고하여 선정하듯이, 옛날에도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인문, 지형 등을 고려해 그 위치에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관람의 편의를 위하여 또는 보존상의 문제점, 각종 개발 등으로 인하여 석조문화재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일은 정말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삼가야 하며 제 위치에서 잘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석탑이나 석불 등 석조문화재를 해체 후 이동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원형이 훼손 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석조 문화재의 풍화 속도나 정도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데다 기후가 변하면서 석조에 기생하는 조류의 종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석조 문화재의 원형을 위협하는 요소가 점증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때 중요시 여기는 항목인 진정성 그러니까, 해당 문화재가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고 원래 위치에 있었는가 등을 따지는 것을 보더라도 ‘원형 보존’은 중요하다. 석조 문화재의 원형 보존을 위해서는 ‘문화재 보존’이 ‘개발 논리’에 밀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장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 역시 필요하다.


서만철/공주대 지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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