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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목불입원규(方木不入圓窺)

탈원전은 생존의 문제다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수명 연장을 받아 재가동했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해 법원이 연장취소 판결했다. 월성 1호기는 국내 최초 원전으로, 2012년 운영허가 만료로 멈췄다가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10년 수명을 연장 받았다. 그러나 당시 안전우려가 제기되자 과학적인 결론 대신 투표를 통해 연장결정을 내리면서 국민 안전을 무시한 상식 밖의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원전 위험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 것으로, 정부의 원전정책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게 될 것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히 폐쇄키로 했고 스위스는 2034년까지 원전을 없앨 계획이다. 대만은 2025년까지 원전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개정안을 1월11일 가결했다. 미국 또한 오바마 정부시절 풍력 발전량을 3배 이상 늘렸다.

정부는 원전이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라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원전은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오는 위험한 에너지다. 가동이 멈춘 원전을 해체하는데 수십 년이 걸릴 뿐 아니라 해체 비용도 수천억 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우리는 현재로서 원전을 해체할 기술이 없다. 해체경험 또한 전무하다.

우리의 원전 비율은 전체 발전량의 35%정도다. 정부는 원전을 대체할 마땅한 에너지가 없어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탈원전 정책을 수립한 이후 발전량의 3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선어록에 ‘방목불입원규(方木不入圓窺)’라는 명구가 있다. “둥근 구멍에는 네모난 나무가 들어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원전이 안전하고 싼 에너지라고 우기는 것은 둥근 구멍에 네모난 나무를 끼워 넣는 것만큼이나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지난해 잦은 지진으로 한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탈원전 정책은 효용성이나 정책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인 셈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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