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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물 떠난 물고기 신세 면하려면

기자명 광전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7.02.13 13:45
  • 수정 2017.02.13 13:47
  • 댓글 0

“어떻게 당신들은 하늘과 땅을 사고 팔 수 있는 것인가? 그 생각은 우리들에게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만약 우리가 공기의 상쾌함과 반짝이는 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들은 그들을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지구상에 모든 것들은 우리들에게는 신성한 것들이다. 반짝이는 모든 소나무와 모래 해안, 깊은 숲속의 안개, 초원, 그리고 노래하는 모든 벌레들은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추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 된다.”

위의 두 구절의 문장은 1854년 미국 대통령 피어스에 의해 파견된 백인 대표들이 스쿼미쉬 인디언들에게 그들의 땅을 팔 것을 제안한 것에 대한, 추장인   시애틀의 답변이다.

그의 답변에서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이 부처님의 관점과 닮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은사스님을 모시고 미국에서 지낼 때 우리는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 절을 짓고 살았다. 그 땅은 사막 가운데 오아시스처럼 수량이 풍부한 수원지를 가지고 있었고 한국의 천년고찰이 깃든 터처럼 아늑하고 맑은 곳이었다. 우리가 그 땅에 자리 잡고 산지 얼마 안 되어 인디언들이 토지를 매각하라는 요청을 해왔다. 그들은 그들 땅에 카지노를 비롯한 대규모 위락시설을 세우는데 우리 땅의 수원지가 꼭 필요했던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그들의 땅을 통해서만 우리 절로 올 수 있다는 문제와 더불어 이역만리 타국까지 와 원주민들과 분쟁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 적당한 보상을 받고 다른 곳으로 절을 이전했다. 나는 그들과의 협상과정에서 그들의 생활과 사고를 엿볼 수 있었다.

백인들은 인디언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몰고 학살한 보상으로 인디언보호구역을 정해 인디언들이 자치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고, 그들에게 카지노영업권을 내주어 물질적으로 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소수의 인디언들만이 고등교육을 받아 현대문명에 적응하여 그들 커뮤니티의 리더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대다수의 인디언들은 그들에게 주어지는 노력 없는 수입으로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들에게서 절망을 보았다. 그들에게 주어진 노력 없는 보상은 도움이 아니라 그들을 절망으로 이끈 독약과 같았다.

요즘 우리 절집을 보면 언젠가부터 집을 짓고 도량을 가꾸는데 신도들의 시주가 아닌 정부의 보조금이나 입장료로 충당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졌다. 어떻게 보면 호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신도들에게 한푼 두푼 도움 받아 불사하는 것보다 더 편하고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정부보조금으로 불사를 하다보면 쌈지돈을 털어 시주하는 신도들을 소홀하게 여기게 되고, 정부의 고위 관료나 국회의원들과의 관계만 소중하게 여기게 될 뿐 아니라 정부의 눈치를 보게 되지 않을까?

그런 세월이 더 지나다 보면 우리 절집은 자생력을 잃어 나태해지고 연약해져 건물은 으리으리하게 많이 들어서 있지만 수행과 기도의 종교적인 공간이 아닌 관광지로서만 명맥을 유지하게 되고, 급기야는 정부보조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저 인디언들의 모습처럼!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어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중국의 황사가 다음날이면 우리나라에 몰려오고 일본 원자력발전소에서 유출된 방사선에 오염된 바다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듯이 말이다.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들이 사찰에 와 굽신거리며 인사한다고 우리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종교인다워 대중들에게 존중받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를 지도하고 이끄는 종교지도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에게서 멀어진 종교는 물을 떠난 물고기와도 같다.

광전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chungkwang@yahoo.com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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