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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불교 참여"

기자명 설조 스님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1975년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고 사이공의 함락되었을 때, 특히 서방세계의 사람들은 19세기 중반부터 1백20년 동안 전쟁에 시달린 약소국가 베트남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 미국을 어떻게 해서 이길 수 있었는지 의아해 했다. 동시에 그러한 베트남의 강한 힘은 어디에서 왔는가. 서방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이 점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 의문은 전쟁이 끝난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서방세계의 사람들에게 남아 있다.

이 의문에 대해서 일반적으로는 베트남민중이 외국으로부터 받은 침략에 저항한 역사적 전통을 키워 온 것과 국민이 민족해방이라고 하는 숭고한 사명 때문에 일치단결한 것을 든다. 한편, 베트남민은 오랜 전쟁에서 얻은 승리를"농민의 승리"라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이 말은 1백20년에 걸친 오랜 베트남전쟁을 농민들이 자기들의 가족과 논밭을 지키는 투쟁으로 규정하고 있고, 세계최강의 미국을 이길 수 있는 힘이 거기에서 나왔음을 말해 주고 있다.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에 있어서 모든 민중이 참여한 사회, 그 중에서도 국민대다수를 접하고 있는 농민의 불교 내지는 서민불교의 정치적 공헌이 컸음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불교계는 베트남불교의 참여는 민중과 국가에 대한 불교의 약속을 이행할 것에 지나지 않다고 겸양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교의 약속이행은 베트남불교의 긍지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베트남불교는 우리와 한가지로 중국으로부터 불교를 전해 받았으며 호국불교의 성격이 농후한 대승불교이다. 그러한 베트남불교의 약속과 참여는 1858년 프랑스의 침략을 계기로 더욱 확고해졌다고 할 수 있다. 당시의 베트남 민중은 느웬왕조(阮王朝)의 전제정치 하에서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어서 희망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때에 프랑스의 침략은 민중의 앞날을 더욱 어둡고 불안하게 하였다. 서양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 앞에 느웬왕조는 베트남국민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지 못하였고 전국민이 일어서 저항할 수 있는 슬로건을 제시하려 못하였으며 국가와 국가의 아이덴티티를 지킬 능력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세태 하에서 베트남국민은 정토교의 가르침에서 구원을 구하였으며 아미타불에 대한 신앙은 민간에 급속히 퍼져 갔다. 특히 메콩강 유역의 농민사이에 크게 번성한 아미타불에 대한 민간신앙은 급기야 조상을 생각하고(先祖思) 국가를 생각하며(國家思) 삼보를 생각하고(三寶思) 인간을 생각하는(人間思) 사사설(四思說)을 제창하여 베트남 국민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프랑스군이 메콩델타지역을 점령하고 느웬왕조가 프랑스에 굴복하자이러한 민간신앙은 급속하게 남부베트남 일대에 번져 나가 남부에 있어서 민중이 전개하는 항불독립운동(抗佛獨立運動)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고 딘 디엠 정권의 퇴장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고 딘 디엠정권의 독려정치에 대한 민중의 불만을 탄압으로 일관한 결과 남부베트남에서 농민봉기가 일어나고 그것에 대해 고딘 디엠 정권은 보다 독재성을 강화하며 탄압하였으며 농민의 탄압에 반대하는 불교와의 충돌로 디엠정권은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같이 베트남불교의 참여의식은 프랑스의 침략이 시작되는 19세기 중엽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베트남불교가 2차대전 이후 40년 동안 사회주의체제하에서 중요한 민간신앙의 자리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은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과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불교가 민중 속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것이다.

오늘날, 베트남은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자유화정책을 펴나가고 있고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정부는 상당한 경제협력을 하고 있다. 또 종교정책에 있어서도 체제에 반대하지 않는 한, 사회주의가 종교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편견에서 벗어나 신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정책을 택하고 있으며 종교를 비롯한 문화정책에 있어서도 개방의 추세에 있다.

이같은 베트남의 변화는 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베트남건설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베트남의 장래는 희망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국민은 총명하고 교육수준은 높고 근면하며 노동력은 풍부하고 식량은 자급(自給)을 넘어 쌀수출 세계3위이다. 이제 베트남불교는 통일이후의 새로운 환경에서 베트남건설에 기여할 길을 찾아 나아가는데 여념이 없다. 통일과업을 지고 있는 한국불교로서는 그러한 베트남불교에서 배울 바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설조 스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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