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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린이가 좋다는 것은

기자명 성원 스님

좋아하는 목적 의도없이 ‘그냥 좋아’

 
사찰에 대한 첫 이미지 중에 가장 당혹스러운 것이 있다면 놀랍게도 ‘무섭다’는 것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사찰에 처음 갔을 때 무서웠던 기억을 이야기한다. 무서움의 이유는 대부분 무시무시한 크기의 사천왕과 벽화를 보고 느낀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어린이 욕구는 연기와 같아
매순간 방향성도 알 수 없어
결국 연기는 하늘높이 올라
우리의 꿈과 희망으로 성장

가끔 무섭다는 어른들을 만나면 전생에 나쁜 짓들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하면 수긍한다. 사람들은 전생이든 이번 생의 과거이든 얼마간의 나쁜 짓을 하고 산다고 생각하나보다.

지난번 연합공연 후 통도 환타지아에 리틀붓다를 데리고 갔었다. 여자아이들은 그냥 놀이공원에 간다는 사실이 즐거운 게 역력했다. 남자아이들은 무슨 놀이기구를 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데 말이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쇼핑센터에 가는 것 자체를 즐기는 듯할 때가 많다. 해외여행을 가면 꼭 대형 쇼핑몰을 들리자고 이구동성이다. 옆에서 들어보면 딱히 뭘 사야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막연히 쇼핑센터에 가서 수많은 고급 브랜드의 상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남자들은 그렇지가 않다. 아무리 많은 고급 물품이 진열되어 있어도 별 감흥이 없고 오직 자신이 필요한 그 무엇만을 집중적으로 추구한다. 목적 지향적이다.

옛날옛날 유목시절 남성들은 한 마리의 먹잇감을 잡기 위해 끊임없는 목적성을 가지고 몇날 며칠을 접근하여 목적을 성취해야만 하는 운명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여성들은 남성들이 힘겨운 수렵을 할 동안 아름다운 산하의 자연을 감상하며 동료들과 속닥이면서 채취의 생활을 하였던 것이다.

여성 수다의 역사는 알고 보면 당대의 이야기가 아닌 게 확실하다. 여성들은 채취 가능한 많은 열매를 바라보며 선택의 자유로움 중에 자신이 필요한 그 무엇을 발견하고 따 모으면 되는 것이다. 남자들은 반드시 목표한 그 무엇을 찾아 그것을 쟁취하였을 때만이 비로소 성취의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현대 남녀의 쇼핑 패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어린아이들의 놀이 모습을 보다보면 호모사피엔스들은 60만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정말 육식(六識)의 근저에 있는 아뢰아의 영역은 감히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무한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어찌 부정 할 수 있으랴. 놀이기구를 타며 놀다 제법 친밀해지자 단원 중 김민영이란 어린이가 말을 걸더니 나중에 버스를 타서는 완전 친밀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민영이의 말에 귀 기울여야만 했다. 처음 엄마의 권유로 합창단에 들어왔는데 아이들도 낯설고 스님도 무서워서 안 다니겠다고 했단다. 정말 처음에는 그랬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합창단 다니는 게 너무 좋다고 한다. 스님도 하나도 안 무섭고 스님이 너무 좋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데는 아무런 목적도 의도도 없다. 그냥 좋으면 좋은 거다. 그런데 그냥 좋고 그냥 싫은 게 정말 어렵다. 분명한 무엇이 있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면 그것만 관리해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정말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나도 그냥 좋아할 수밖에 없다.

내가 어떤 의도성이나 목적성을 가지면 일시적으로 친밀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욕구는 공중으로 나르는 연기와 같아서 그 누구도 매순간의 방향성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들은 안다. 개별적 방향을 잃은 것 같이 불규칙운동을 하지만 결국 연기는 하늘 높이 치솟아 높이높이 올라간다는 것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우리 리틀붓다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 다음세대 우리들의 꿈과 희망이 된다는 것을. 언제나 무섭지 않은 ‘우리스님’으로 그들 곁에 남아있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주지 sw0808@yahoo.com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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