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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교탄압 소신공양으로 저항

  • 교계
  • 입력 2017.02.20 11:30
  • 수정 2017.02.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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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불교 틱광득 스님
순교지에 6m 동상 건립
베트남승가회, 매년 추모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3년 틱광득 스님은 호치민 시내서 정부의 불교탄압에 맞서 가부좌를 튼 채로 몸에 불을 붙였다. 소신공양으로 베트남불교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스님이 소신공양했던 자리에는 2010년 높이 6m, 무게 12톤에 달하는 틱광득 스님의 동상이 세워졌다. 베트남 불교승가회는 매년 6월 호치민에 위치한 틱광득사원에서 스님을 기리는 추모재를 봉행한다.

▲ 1963년 6월 베트남 고딘 디엔 대통령의 불교탄압에 저항해 소신공양한 틱광득 스님.
틱광득 스님은 1963년 6월11일 베트남 대통령 고딘디엠 정권의 불교탄압에 항거해 소신공양했다.
1956년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고딘 디엠(1901~1963)은 총리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정권을 장악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불교탄압에 나섰다. 사찰을 파괴하고 사찰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여는 것도 금지시켰다. 베트남 불교계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스님들이 길거리에 나서 독재정권의 부당함을 규탄했다. 그러자 디엠 정권은 공권력을 동원해 스님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수십여 명의 스님들이 경찰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지거나 다쳤고, 많은 스님들이 연행돼 감옥에 갇히게 됐다.

틱광득 스님은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수년간 무문관에서 용맹정진 했던 틱광득 스님은 독재 정권의 불교탄압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고, 고통 받는 스님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발원을 세웠다. 스님은 베트남 불교를 위해 소신공양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이 같은 뜻을 당시 베트남 불교본부에 전했다. 상좌들과 주변 스님들이 이를 말렸지만 스님의 큰 뜻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님은 소신공양을 하기 전날 상좌들을 모아 놓고 “내가 만약 앞으로 넘어지면 흉한 것이니, 그 때는 모두들 희망을 버려라. 그러나 뒤로 쓰러진다면 결국 우리가 승리해 평화를 맞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날, 스님이 소신공양을 할 것이라는 소식에 많은 인파가 거리로 몰려 나왔다. 잠시 뒤 틱광득 스님은 도로 중앙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머리 위로 휘발유가 부어졌고, 스님은 성냥불을 켰다. 순식간에 온몸에 불길이 휩싸였다. 뜨거운 화마가 스님의 법구 전체로 번져나갔지만 스님은 꼼짝하지 않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스님들과 주민들은 절을 하거나 안타까움에 울음을 터트렸다. 스님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허리를 곧추세워 가부좌를 풀지 않았고, 10분 뒤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어떤 화마도 반드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스님의 의지를 꺾지 못한 것이다.

주민들의 동요를 의식한 디엠 정권은 타다 남은 스님의 법구를 서둘러 수습해 소각로에서 디젤연료를 이용해 6시간동안 태웠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스님의 심장은 타지 않았다. 연료를 보충해 두 시간을 더 태워도 스님의 심장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당황한 디엠 정권은 이번엔 황산을 뿌렸지만 스님의 심장은 녹지 않았다. 스님의 심장은 지금도 하노이국립은행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틱광득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반정부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틱광득 스님의 뒤를 이어 소신공양을 하는 스님들이 줄을 이었고, 시민과 학생, 공무원들도 반정부 시위에 가세해 디엠 독재정권을 압박했다. 여기에 디엠 정권을 보호하던 미국도 틱광득 스님의 소신공양에 충격을 받고, 반미감정의 확산을 우려해 지지를 철회하고 나서면서 디엠 정권은 결국 붕괴됐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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