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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일과와 수면 시간

부처님은 하루 1시간 취침
깨침과 선정 있었기에 가능
수면 부족도 경책의 대상

초기경전에는 부처님의 하루 생활이 자세히 나온다. 이에 따르면 부처님 일과는 오전 4시에 시작된다. 자리에서 일어난 부처님은 곧바로 깊은 선정에 들어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자애의 마음을 보낸다. 깊은 통찰로 중생을 살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으면 비록 먼 곳에 있더라도 그곳에 모습을 드러내 기꺼이 도와준다.

오전 6시가 되면 출가 제자들과 탁발에 나선다. 이때 도움이 필요한 이가 있으면 초대받지 않아도 그곳으로 향한다. 정오가 되기 전 하루 한 번 하는 식사를 마친 부처님은 곧바로 출가자들에게 법을 설한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가람을 찾은 재가불자에게 법을 펼친다. 부처님이 악하고 타락한 사람을 주로 찾아 나섰다면, 순수하고 덕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부처님을 찾아왔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는 다시 출가자들과 문답 시간을 갖는다. 자유로운 질문과 답변을 통해 그들의 의심을 풀어주고 적절한 수행 주제를 주어 정진토록 이끈다. 제자들이 잠든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천신이나 범천 같은 존재들에게 법을 설한다. 그리고 오전 2시가 되면 1시간 동안 천천히 걷는 등 가벼운 운동을 한다.

이러한 일상은 부처님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활동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면 부처님은 언제 주무셨던 걸까. 경전에는 가벼운 운동을 마친 오전 3시에서 4시까지 오른편으로 누워 취침했다고 전한다. 기네스북에 잠을 적게 자는 항목이 있다면 부처님이 단연 1등인 셈이다.

부처님이 전법에 나선 45년간 줄곧 1시간의 수면으로도 생활이 가능했던 것은 깨침과 선정의 힘이다. 모든 번뇌로부터 완전히 정화됐기에 아주 적게 자더라도 충분한 수면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경전에는 잠에 대한 얘기와 일화들이 유독 많다. 잠을 즐기는 것을 수마(睡魔)라 하여 10가지 수행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았다. 악기의 줄이 느슨하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처럼 과도한 잠은 나태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아나율이 훗날 부지런히 정진해 천안통을 얻은 것도 부처님이 낮잠 자는 그를 보고 “그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출가했는가? 부지런히 수행하지 않으면 출가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라는 준엄한 경책에서 비롯됐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1분, 이 가운데 직장인은 6시간6분으로 전체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현재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이 2100시간을 넘어 OECD 평균 1766시간보다 무려 400시간이나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도 못 자며 일만 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짧은 잠조차 편안하지 않다.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2015년 72만1000여명으로 지난 4년 동안 37%가량 급증했으며, 수면제 처방 청구 건수도 2011~2016년 새에 32%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악기로 치면 너무 팽팽해 당장 끊어질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몸과 마음의 준비 없이 무조건 잠을 줄이는 것은 학대에 가깝다.

▲ 이재형 국장
부처님은 극단을 꺼렸다. 잠과 관련해 경책도 했지만 편히 잠들 수 있는 방법도 일러줬다. “감각적 욕망에 오염되지 않고, 청량하고 집착이 없고, 완전한 적멸을 성취한 거룩한 님은 언제나 잘 자네. 모든 집착을 부수고, 마음의 고통을 극복하고, 마음의 적멸을 성취한 님은 고요히 잘 자네.”

나태도 문제지만 과도한 긴장은 분노와 파괴로 치닫기 십상이다. 때로는 잠이 최고의 보약이다. 이제 우리는 잠을 줄이려 애쓰기보다 먼저 정당한 수면의 권리부터 되찾아야 할 때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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