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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관음사 회주 지현 스님

“미소 짓는 그 얼굴에 부처님 정법이 있습니다”

▲ 부산 관음사 회주 지현 스님은 “우리의 삶은 부처님 지혜를 닦는 배움의 장이 되어야 한다”며 “그럴 때 우리는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부처님께서 꽃을 한 송이 들었을 때 가섭존자는 빙그레 웃었다고 합니다. 그 웃음으로 인해 가섭존자는 부처님의 ‘정법안장 열반묘심(正法眼藏 涅槃妙心, 고요한 정적의 마음 가운데 바른 진리의 안목을 지니다)’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평화롭게 앉아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세요. 그러면 부처님의 정법이 바로 그 미소 속에 드러날 것입니다.

가섭존자가 그랬던 것처럼
부처님 최고공양물은 미소
미소 지으면 행복 찾아와

게으름, 삶의 가장 큰 장애
부처님가르침 끊임없이 익혀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우리도 부처님과 똑같은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부처님과 똑같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부처님과 똑같은 대비원력으로 일체중생을 제도할 수 있습니다. 출발은 거룩하고 아름다운 미소에서 비롯됩니다. “미소 짓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부처님 전에 재물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고, 경전을 읽고, 예배하고 찬탄하는 것으로도 공양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미소 짓는 그 얼굴,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부처님께 올리는 최상의 공양물입니다. 미소를 짓는 것은 돈이 드는 것도, 힘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닙니다. 부처님 제자들은 부처님이 언제나 평화롭게 미소 짓는 분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평화롭게 미소 지을 수 있다면 부처님과 똑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해서 미소를 지을 수도 있지만, 미소를 지음으로써 행복해 질 수도 있는 겁니다. 미소 짓는 그 자체가 행복을 불러오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미소 지어보세요. 부처님이 꽃을 들었을 때 미소를 지었던 가섭존자처럼. 그렇게 한다면 우리도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틱낫한 스님의 책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에 나오는 ‘삶에 대한 8가지 깨달음’입니다. 이것을 일상에서 암송하고 명상을 해보세요. 그렇게 해서 저절로 외울 정도가 되면 이 내용은 여러분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지침이 될 것입니다.

8가지 깨달음 가운데 첫 번째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해서 아직 이룬 것이 없는데 우리는 벌써 노인이 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국민연금을 받아가라는 연락이 오고, 어느 순간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합니다. 저도 지난해 속가 동생을 먼저 보냈고, 수행에만 전념하며 50안거를 성만했던 사제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무상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한편으론 걱정도 됐습니다. ‘수행의 과정은 멀었는데 벌써 늙어버렸구나.’ ‘앉으면 졸음만 쏟아지고, 누우면 게으름에 빠지고, 여전히 온갖 망상이 들끓는데 큰일 났구나.’ 절박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죽어서 염라대왕을 만났을 때 한번 겨뤄보기 위해서라도 부처님 법에 더 진지하게 다가 가겠다’고 말이지요. 또 아미타불과 좀 더 깊은 인연을 맺어 임종의 순간에 한번이라고 만날 뵐 수 있기를 염원하면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욕망이 커질수록 고통 또한 커 진다”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괴로움은 탐욕과 갈망에서 비롯됩니다. 소박한 소망과 포부를 가진 사람만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가르침의 전체를 줄이면 ‘팔만대장경’이라는 다섯 글자가 됩니다. 이 다섯 글자를 가장 쉽게 표현하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욕심버려라’입니다. 탐욕과 갈망을 버리면 그 때부터 우리 삶은 편안해질 것입니다.

세 번째 역시 탐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마음이란 끊임없이 소유하기를 원하고, 만족할 줄 모릅니다. 소유에 대한 욕망은 불순한 행동들을 만들어 냅니다. 소유에 대한 욕망이 줄어들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질 것입니다.

네 번째는 게으름에 관한 경책입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가장 무서운 것이 게으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으름은 무기력증을 낳고, 수행이나 삶에 있어 가장 큰 장애가 됩니다. 저 역시 은사스님께서 ‘하루를 헛되지 않게 살라’고 당부하셨지만 아직까지 게으름에서 벗어나지 못해 괴롭습니다. 게으름을 극복하는 것은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세상은 끝없이 변한다. 게으르지 말고 부단히 정진하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그 유언을 가슴 깊이 새겨서 게으름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배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작은 나무도, 큰 나무도 끊임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계속 커가고 있습니다. 그와 같이 우리도 끊임없이 불법승 삼보에 귀의해서 경율론 삼장을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계율과 지혜를 닦는 배움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여섯째는 증오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이 증오와 화를 낳고, 이것이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저는 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장 먼저 깨달음의 세계에 들어가서 최상의 행복을 누리기를 발원하고 있습니다. 먼 미래에 부처님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 때 그분을 위해 발원을 해보세요. 그러면 존중하고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서로가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해진다면 서로 용서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싹틀 것입니다.

일곱째는 집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애써 돈을 모으지만, 그것이 꼭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좇지만 그 권력으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삽니다. 돈을 많이 가진 재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주어진 삶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한다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집착도 놓을 수 있습니다. 자연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덟째는 자비심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돕기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 고통을 나누기 위해 이 땅에 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또 세상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들을 지극한 기쁨의 세상으로 이끌기 위해 이 곳에 왔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출가해서 수행의 길을 걸어오면서 처음에는 많이 방황했었습니다. 그러다 강원을 마칠 무렵 ‘밀린다
왕문경’이라는 경전을 접했습니다. 여러 번 읽으면서 부처님 교리를 익혔고, 제가 가야할 길을 찾았습니다. 그 경전은 수행에 있어서도 큰 힘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소임을 맡으면서 다시 방황했습니다. 그럴 때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은 큰 도움을 줬습니다. 저는 2005년 틱낫한 스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처음 뵀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듣고, 또 법문테이프를 수백 번 다시 들으면서 삶의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그 뒤로도 틱낫한 스님의 책을 찾아 읽고, 책에서 제시한 대로 수행을 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스님이 2013년 다시 한국을 오셨을 때, 곁에서 모시고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그 무렵 틱낫한 스님은 고령인데다 병이 들어 한걸음을 걷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스님은 법석에 올라 3시간 동안 법문을 했고, 불자들의 질문에도 편안하게 답해주셨습니다. 그 노선사의 선정력에 큰 존경심을 가졌습니다. 저는 또 어려서부터 여러 선지식들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런 인연들이 수행의 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살아온 힘이었던 같습니다. 저는 제가 모셨던 많은 선지식들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수행자로서 항상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기도하는 기쁨과 명상하는 즐거움을 일용의 양식으로 삼으려 합니다. 또 부처님께 예경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부처님가르침 배우는 것을 즐겨하면서, 무엇으로든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을 제가 태어나서 해야 할 중요한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오늘은 재가안거를 회향하는 날입니다. 재가안거는 불교 역사에 있어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놀라운 일입니다. 출가자들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재가자들이 안거를 하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안거는 가장 평온하고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겁니다.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부처님가르침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 어머니 품에 안겨 있을 때 가장 평화롭고 행복했었습니다. 그런 것처럼 안거를 한다는 것은 부처님 품에 안겨서 생활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님께 예경하고 부처님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면서 실천하는 수행공동체와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안거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90일 동안 하루, 이틀만이라도 제대로 정진한다면 그것이 씨앗이 되어서 다음 안거에는 사흘, 나흘을 할 수 있고, 다음에는 열흘 스무날을 할 수 있고, 나중에는 스님들보다 더 정진을 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인연이 쌓이면 다음 생애에는 분명 출가해서 훌륭한 선지식이 되어 불법을 살려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동쪽 방향으로 가지가 많아서 기울어져 있던 나무가 종국에는 어디로 쓰러질까요? 동쪽일 것입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가 언제나 불법승을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갑자기 죽더라도 바로 부처님 국토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부처님 품안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 안거를 오늘 해제했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부를 위해 점검하는 그런 인연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언제나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이 내용은 2월8일 부산 안국선원교육관에서 봉행된 ‘조계종부산연합회 재가안거 동안거 해제 법회’에서 부산 관음사 회주 지현 스님의 해제 법어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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