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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심 성역화불사추진위 본부장-상

“불교학생회는 내 인생의 전환점”

 
1981년 봄, 거리에 걸린 연등은 어린 날의 기억을 소환했다. 불심 깊었던 어머니 손에 이끌려 포천 왕방산 산길을 따라 보덕사에 올랐던 일, 절에서 또래들과 뛰어 놀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며 성균관대 불교학생회(성불회) 방문을 두드렸다. 써클룸은 초파일 준비로 한창이었다. 선배들 틈에 끼여 연등과 장엄물 제작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사찰을 찾아 수련회를 하고 선배들과 경전을 공부하면서 불교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불교학생회 생활에 심취할수록 ‘행정고시를 통해 경제관료가 되겠다’는 꿈은 점점 옅어졌다.

성불회 가입해 불교심취
졸업 후엔 노동운동 참여

그 무렵 대학은 학생운동의 절정기였다. 학생들의 시위와 최루탄 연기가 끊이질 않았다. 신입 대학생으로서 바라보는 대학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무엇이 이런 갈등을 일으켰을까?’ 고민이 깊어졌다. 불교학생회 동기들과 사회과학 서적을 읽는 시간도 늘어났다.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텄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도 타올랐다.

1982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학내시위가 있을 때면 항상 함께했고, 학교와 거리에서 ‘독재 타도’를 외쳤다. 성불회는 불교신행과 학생운동의 중심지가 됐다. 대학생활의 대부분은 성불회에서 이뤄졌다. 매일 오후 5시면 써클룸에서 예불에 참석했고, 방학이면 수련대회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산중불교’가 아닌 ‘중생의 고통구제를 위한 현실 참여불교’가 되어야 한다는 게 당시 내 신념이었다. 훗날 불교계 사람들과 함께 활동가의 길로 나서겠다는 발원을 세운 것도 이 무렵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등본을 빌려 성남의 한 공장에 ‘위장취업’했다. 공장노동자로서의 생활은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군입대 영장이 날아오면서 본격적인 노동현장 활동은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 1983년 화엄사에서 열린 성불회 수련회(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이석심 본부장).

성불회 활동인연은 입대 후 ‘사단 군종병’으로 근무하는 행운을 가져다 줬다. ‘호국연호사’에서 군법사님과 함께 군장병 포교라는 뜻밖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어린이법회를 열어 운영하면서 요리 실력도 함께 늘어갔다. 

1987년 10월 제대 후에는 다시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비록 ‘87년 6월항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도입됐지만, 우리사회의 노동현실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여겼다. 다시 부천의 한 공장을 다니면서 사찰 청년회 활동을 병행했다. 그러나 노조를 꾸리기조차 어려운 작은 회사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1990년 철도청에 입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열차 정비를 담당하는 검수원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그 무렵 철도노동자는 주·야간 맞교대 근무로, 아침에 출근하면 다음 날 아침에 퇴근했다. 1994년 6월 철도노동자들은 ‘1일 8시간 근무쟁취’를 내걸고 지하철과 동시 파업투쟁을 벌였고, 그 일로 ‘서울 객화차사무소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을 맡았던 나도 해고됐다. 2년간 복직투쟁을 했지만 끝내 복직소송에서 패소했다.
우유배달과 과외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던 어느 날 성불회 생활을 함께했던 류지호(불광미디어 대표)가 찾아와 조계종 총무원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와의 만남은 새로운 인생 전환점이 됐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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