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린포체와 은별이

기자명 성원 스님

우리 곁에 다시 온 새벽별일까

▲ 공연 연습 때마다 꼭 참여하는 은별이.

알면 알수록 신기한 것이 사람인 것 같다. 특히, 처음부터 타고난 소질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주 어린꼬맹이들을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천진불들과 함께 하면서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냐
린포체·은별이 모습 보면
삶은 이번 생만이 아닐 것

며칠 전 티베트의 린포체 한 분이 약천사를 방문하셨다. 만다라를 다시 제작하실 스님들과 함께 오셨다. 앳된 모습이 역력한데 의젓이 작법을 집도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습으로 어린 스님을 가르쳤을까 하다’가 너무나도 자유분방한 모습 앞에서 망상을 내려놓고 만다. 자유로우면서도 엄연한 모습은 정말 수많은 생의 수행을 배경으로 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 때가 있다.

천진불들과 함께 하다보면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직 정식단원으로 가입도 하지 않은 리틀붓다 은별이는 연습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노래와 안무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이번 공연 무대 어디에라도 한 번은 세워야 하겠는데 지휘자와 자모들의 고민이 크다. 아직 온전하지는 못하지만 연습 참가의 열의를 생각하면 그를 배제한다는 것은 누구도 생각 할 수가 없다.

가장 어릴 때 기억을 떠올려봤다. 내 기억으로는 동생이 태어날 때의 기억이 선명하니, 아마 5살 때쯤인 것 같다. 동생의 탄생은 참 큰일이었던지라 기억이 선명하다. 내가 직접 할머니를 찾아 모시러 동네를 뛰어다녔다. 당시에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놀이 기구나 교육의 시스템이 없었던지라 그냥 어른들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냥 혼자서 나뭇가지로 마당 모퉁이에서 그림을 그리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너무 심심하다는 생각이 늘 함께 했던 것 같다. 그때 혼자 놀면서 멍하니 너무 심심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어릴 때 겪었던 의식이 일생을 따라다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삶을 살면서 가지는 생각은 늘 심심하다는 것이다. 무엇을 해도 마음의 한켠에는 채워지지 않는 심심함이 자리하고 있음을 잘 안다. 이러한 의식이 남아서 어쩌면 어린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자 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주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우리 리틀붓다의 삶에는 심심함이라는 주제가 자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생각이 늘 자리한다. 하기야 ‘요즘 아이들이 심심할까’라는 생각은 나만의 기우일지 모르겠다. 거의 매시간 핸드폰에서 손을 떼지 않으니 심심할 시간이 어디 있기나 할까.

은별이는 자신이 정식단원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데 안무연습에도 빠지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이다. 단복을 입은 단체 사진을 찍는데 혼자 단복이 없어 언니들의 치마만 입혀 사진 찍었는데도 아무른 거리낌 없이 즐거운 모습으로 단체사진 촬영에 함께 하는 것을 보면 분명하다.

린포체의 의젓함과 은별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의 삶이 이번 생만의 일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정말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너무 익숙한 일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익히려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을 다른 이들은 너무 쉽게 하는 것을 보면 내 삶이 시작하기 전에 이미 오래 학습된 무언가 실체가 있는 것만 같다.

유구한 불교사와 함께 몇 생을 거듭한 우리 도반들과 그들의 오랜 인연들이 불교와의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이 시대 우리 불자들의 의무가 아닐까?

은별이는 어쩌면 먼 시대 으뜸새벽별(元曉)이 다시 우리 약천사에 처연히 돌아 왔을지 모를 일이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주지 sw0808@yahoo.com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