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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변대용 작가

기자명 김최은형

조각으로 만난 측은지심

▲ 공을 생각하다-합성수지에 자동차도색 223×75×65cm 2010.

몇년 전 변대용 작가의 전시 제목인 ‘당신의 위로와 위안’ 앞에는 생략된 문장이 있다. 아마도 ‘당신의 상처와 아픔’ 정도의 어디쯤이 아닐까 싶다. 위로와 위안은 상처와 아픔이라는 선행(先行)이 있어야만 가능한 단어다. 상처와 아픔은 사회적이거나 공동의 사건일 수도 있으나 다분히 개인적 경험의 행태(行態)로 무한 생성되기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대치의 가치를 보증한다. 상처의 경험시 필요했을 위로라는 구조.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어 굳이 오늘의 예술로 꺼내 말하기 회피하는 이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을, 작가는 놀랍게도 구상이라는 구체적 형체로 감정의 동의와 이입을 획득해 낸다. 어쩌면 알 수 없는 애매한 덩어리들로 말하는 편이 더 손쉬웠을 수도 있다. 모두가 잘 아는 형태로 (부인하기 힘든 구체성으로, 특정인만 아는 전문적인 지식언어가 아닌) 위로나 위안 같은 경험을 건드리는 이야기는 더욱 위험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외된 것들의 소중함
강렬한 색감으로 강조

조각가 변대용의 예술에 대한 가슴시린 기억 중 하나는 ‘공을 생각하다’라는 작품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애잔함이었다. 작품은 팔을 잃은 장애 운동선수의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한 지극히 단순한 형태의 인물 조각상이었다. 아주 높은 인성의 몇몇을 제외하면 사실 장애인을 모델로 등신상을 만들어 관객에게 기분 좋은 인상을 주기란 녹록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변대용의 이전 작업들을 보면 묘사와 기술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며 느낀 감상은 더욱 특별하다. 불편한 한쪽 팔을 긍정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으나 강한 색감으로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이러한 생략과 강조는 사실 그대로를 담은 사진보다 강한 전달력을 갖는다. 일상의 경험을 포착하여 예술작품으로 승격시킨 동시에 숭고하지만 조용하게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 장애라는 도드라진 특성은 굳이 관찰이나 포착이라는 단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변대용이 말하고자 하는 맥락을 짐작케 한다. 그가 주목한 동시대의 소외를, 예술가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사회적 발언을, 정치적이고 공격성을 띤 웅변이 아닌 소외를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감싸며 낮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드러낸다.

“진정한 측은지심은 동정심 같은 것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당신보다 무언가 열등하다는 감정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측은지심을 통하여 다른 사람이 당신 자신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달라이라마 ‘지혜를 말하다’ 중에서) 이 이야기와 매우 흡사한 해석으로 보이는 조각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의 위로와 위안’에서 변대용이 화두로 던지고 있는 주체는 ‘당신’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가에게 ‘당신’은 곧 ‘자아’이며 ‘당신’에게 제공하고픈 위로와 위안은 ‘작가’가 필요한 그것인지도 모른다. 굳이 이런 진부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를 수 있는 생각이고 새삼스러운 문장도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그러하게 된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이러한 문장은 누군가에겐 바람처럼 스쳐지나가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벗어나기 힘든 운명 같은 단초가 된다. (한자경 ‘자아의 연구’를 참조한 표현이다.)

타자를 통해 자아를 보려했던 변대용의 시선이 자기 자신으로 움직여 즐기고 감상하는 예술에서 공감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시각예술에 대한 새로운 기능을 제공한다. 작가가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고백과 같은 자신의 이야기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변대용 작가는 자기 고백적 작업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한편 변대용 작가는 부산대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부산청년작상을 수상했다.

김최은영 미술평론가 김최은영 culture.solution@gmail.com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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