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승의 능엄주 독송 타당한가

선종의 능엄주 부적절 지적
당송시대 지나 나타난 현상
한국선 일신할 수 있는 계기

선배 불자들의 유창한 능엄주 독송은 초심자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스타타 가토스니삼 시타타 파트람 아파라 지탐 프라튱기람 다라니…’로 시작해 A4용지 3장 분량은 됨직한 생소한 말들을 줄줄 외기 때문이다. ‘나모라다나다라’로 시작하는 대비주보다 훨씬 길고 까다로워 종종 능엄주 암송 여부가 신심의 척도로도 작용한다.

능엄주는 ‘능엄경’에 수록된 427구의 주문이다. 능엄주를 외우면 모든 재앙과 마(魔)를 물리칠 수 있고, 무생법인을 얻어 성불할 수 있다고 전한다. 능엄주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고려시대다. 이때부터 사찰에서 능엄주를 외우기 시작하면서 널리 확산됐다. 근래 성철 스님이 능엄주를 강조하면서 매일 능엄주를 독송하는 선승들이 늘었고, 이 주문을 수행방편으로 삼아 정진하는 재가불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윤창화 민족사 대표가 최근 선가의 능엄주 무용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생활과 철학’이라는 학술서를 통해서다. 10여년간의 연구성과가 담긴 이 책은 선의 황금시대로 불리는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목적과 이상, 선승의 일과, 좌선 횟수, 방장(주지)의 역할과 지도법, 법어 종류와 형식, 좌선과 간경방법, 가람 구성, 규율, 선승의 장례 의식, 선문답 방법, 행자교육 등을 망라하고 있다. 그 결과 당송시기 선종사원에서는 지금과 달리 좌선시간이 많아야 4~5시간을 넘지 않았으며, 교학과 경전에 해박한 방장은 상당법어, 조참, 만참, 소참 등 매달 30회 이상 법문했음을 새롭게 밝혔다. 또 선승이라면 독참이라고 하여 5일에 한번 방장에게 화두참구에 대해 지도·점검을 받았으며, 선종사원마다 장경각이 있어 좌선 시간 외에 선승들이 자유로이 경전을 공부했음도 구명했다.

이 중 당·북송시대까지 선승들은 능엄주를 외지 않았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윤 대표에 따르면 선종의 능엄주 독송은 선종사원이 쇠퇴하고 국가불교 성격이 강해지는 남송 및 원대에 나타났다. 남송 중기 황제가 선종 총림의 주지를 직접 임명하고 국태민안과 황제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성격이 강화되면서 능엄주 독송이 성행했다는 것이다. 복락을 기원하고 마장을 없앤다는 능엄주의 특징이 시대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원대인 1338년 편찬된 ‘칙수백장청규’에 능엄주 독송이 크게 강조되고 4월13일부터 7월13일까지 줄곧

▲ 이재형 국장

 

 

능엄주를 독송하는 능엄회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돼 있다. 그러나 북송시대인 1103년 장로종색이 편찬한 ‘선원청규’를 비롯해 북송 이전 문헌에는 선종사원의 능엄주 독송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당시 선종사원에서 불당을 폐지하고 불상 자체를 두지 않은 것은 살불살조(殺佛殺祖)의 정신을 드러낸 것이며, 금강석과 같은 투철한 반야지혜의 소유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한국 선원이나 선승들은 지금이라도 화두 자체에 충실해야 하고, 기복적 성향이 강한 능엄주보다 선의 정신에 부합하는 ‘금강경’이나 ‘유마경’을 독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윤 대표의 연구결과는 오늘날 많은 참선수행자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능엄주 독송을 비롯해 한국선이 선종사원의 본래 모습과 크게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의미가 있다. 그가 불교계에 던진 ‘화두’가 한국선을 일신시킬 수 있는 새로운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