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삶과 죽음을 벗어난 진리를 아는 기쁨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3.06 13:43
  • 수정 2017.03.06 13:44
  • 댓글 0

교통사고로 20대의 젊은 아들을 잃은 거사님이 있습니다. ‘아들’이란 말만 들어도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죽음이란 단어만 보아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어지는 아버지입니다. 세월 지나면서 조금씩 숨 쉬어가며 살아가지만,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리 안다는 건 삶을 바꾸는 일
고통서 벗어나는 지혜 갖게 해
불교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공부
항상 진리 가까우 두고 살아야

우리 절에서 처음 시작한 불교 공부는 이토록 깊은 어둠에서 빛으로 끌어내고, 새까만 가슴에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늦은 퇴근 시간에도 부지런히 참석합니다. 조금씩 진리에 눈 뜨면서, 부처님 가르침 만난 인연이 최상의 행운이라고 말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인 운전자를 용서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로서 자식을 지키지 못한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과 같은 것임을 압니다. 여전히 슬픔은 남아 있지만, 지독한 원망에서 벗어남은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드물게, 환하게 웃는 거사님을 보면 제가 더 행복합니다.

대구에 살고 있는 노보살님은 거의 20여년을 남편 병간호를 했습니다. 마지막 몇 년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요양원에 모신 이후에는 매일 매일 남편을 만나러 갔습니다. 평생을 함께 했던 부부의 마지막 순간, 보살님은 뼈만 남은 앙상한 남편의 손을 잡고,  귓가에 “평생 사랑했고 감사하며, 다음 생에 우리 다시 부부로 만납시다”라고 다정하게 속삭였습니다. 보살님의 삶을 알고 있는 모두가 울었습니다. 오랜 고통을 끝내고 미소 지으며 삶을 마감하는 남편 역시 가장 평화로운 얼굴이었지요.

49재 후 노보살님은 “간병하는 20년 동안, 1주일 한번 불교대학에서 공부 하지 않았다면 남편을 간호하지도, 원망과 고통으로 끝까지 사랑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남편보다 내가 먼저 죽었을지도 모르지요”라고 말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 배운 일이 평생 가장 잘 한 일이고, 자신을 살아있게 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이후 여러 해가 지난 지금도 거사님이나 노보살님 모두 불교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찰 뿐 아니라 병원 등 여러 곳에서 봉사하며 즐겁고 감사하며 지냅니다. 또한 집안의 어른으로서 가족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주변 인연들도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펴 줍니다.

진리를 안다는 것은 삶을 완전히 바꾸는 일입니다. 생로병사의 숱한 일을 겪지만, 고통에 빠지지 않고 마음에 원결을 맺지 않는 지혜를 갖게 해 줍니다. 삶은 기쁜 시간들로 채워지고, 베푸는 선행이 이어집니다. 또한 좀 더 일찍 불교 공부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교 공부하기를 권하지만, 살기 바쁘다며 거절합니다. 하지만 실제 일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번뇌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진리를 아는 사람은 감정의 흐름, 번뇌의 소비적인 반복에서 벗어나 명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삶을 허비하지 않습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 20년 간병하는 아내, 큰일을 겪은 사람들 뿐 아니라 마음 쓰는 우리 모두가 공부해야 할 진리의 가르침입니다.

요즘 신입생을 모집하는 불교대학이 많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반드시 꼭 불교 공부를 해야 합니다. 2500년 전의 역사 공부, 옛 선사들의 좌탈입망(坐脫立亡)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진리를 가까이 두시길 바랍니다.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