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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울지 않는 아이

기자명 성원 스님

다섯 살 눈빛서 성숙함 빛나다

 
아이의 최대 무기는 울음이다. 울지만 않는다면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쉬울까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론은 간단하다. 아이들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운다고 한다. 그래서 우는 아이는 울음의 원인이 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되는 것이다.

합창단에 늘 함께하는 아이
어른들 이야기 나눌때마다
대화하듯 곁에서 늘 지켜봐
어른보다 더 진지함에 놀라

어른들이 복잡하다는 것은 다들 알지만 어린아이라고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울지 않는 아이를 본적이 있는가? 이제 겨우 5살인 양혜윤이는 합창단 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하는데 어리지만 정말 울지 않는다. 울기는커녕 우리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면 마치 함께 대화라도 나누듯 뚫어지게 바라보며 진지하게 곁에 있곤 한다. 내가 뭐라 말을 걸면 내용을 아는 것 같지는 않는데도 너무나 또릿또릿하게 쳐다본다.

언젠가 음식투정을 많이 하는 아이에 관한 글을 본적이 있다. 어린아이 중에는 유독 입이 짧아서 부모들을 힘들게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아이의 문제점을 연구하다 전혀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투정이 많은 아이로만 생각했는데 연구결과 음식투정을 많이 하는 아이들 중에는 맛을 감지하는 혀의 돌기가 유난히 많아서 맛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의 혀 돌기 밀도는 성긴데 아이의 혀 돌기 밀도가 매우 높은 경우도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어린아이의 부모는 맛감각이 둔해서 맛의 구분을 정확히 하지 못하는데 어린아이는 매우 정확히 구분할 수 있어서 어머니가 대충 주는 음식의 맛이 아이에게는 너무나 큰 차이로 다가와 먹을 수 없음을 투정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음식의 맛이 상한 것 같다”고 투정하며 먹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어른들은 “괜찮은데” 하면서 맛있게 먹어 참으로 속상해 했던 적이 많았다. 그때는 나름대로 먹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어른들이 나를 놀리려고 맛있다고 하며 먹는다”고 늘 생각했다.

지금도 음식 맛을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다. 대중스님들은 그럴 때마다 나를 보고 출가를 참 잘한 것 같다고 놀리곤 한다. 식욕이 왕성해서 그나마 배고파 열심히 먹으면서도 내게 있어 맛은 항상 잔신경이 쓰이는 감각기관이다. 정말 사람들의 감각은 그 세밀함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때는 측량하기 불가능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러고 보면 혜윤이는 참으로 신기하다. 분명 큰 언니 오빠들과 특히 어른들과 함께하다보면 자신과 일치하지 않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텐데도 자신의 최대무기인 울음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해결하려 들지 않으니 말이다.

노래연습에 빠지지 않고 와서 함께 합창을 연습하며 노래 부르는 걸보면 음악적 감각이 유난히 뛰어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많은 단원들 가운데 입단도 하지 못한 어린 혜윤이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5살인데도 나보다 더 성숙한 눈빛을 가졌기 때문이다.

출가한 스님들은 잘 모르지만 재가자들은 어린아이를 기르면서 신기한 현상과 사랑스러운 모습들에 놀라워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본인이 낳아 기르는 어리디 어린 아이가 자신보다 더 초롱한 모습을 보이니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아이의 울음이 집안의 활기를 불어 넣는다고 하는데 해맑은 눈빛으로 울지 않고 바라보는 아이의 해맑은 눈빛은 모든 가족들의 환한 내일을 밝혀주는 광명이리라.

갑자기 혜윤이의 곱고 또릿한 그 눈빛이 보고 싶다. 나도 늙어가는 것일까?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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