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일상을 창조적으로 사는 기쁜 수행
8. 일상을 창조적으로 사는 기쁜 수행
  • 재마 스님
  • 승인 2017.03.07 13: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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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누리되 집착 않으면 열반 향해 가는 길

불교에서 말하는 완전한 행복(니르바나, nirv?na)은 탐욕(탐, 貪)과 성냄(진, 瞋)과 어리석음(치, 癡)이 소멸한 상태를 말합니다. 제가 이해한 완전한 소멸과 행복은 수많은 마음먹기와 시도와 실험과 꾸준한 노력을 바탕으로 어느 날 빛처럼 환희롭게 펼쳐진다고 봅니다. 탐·진·치에서 벗어나는 불교수행전통은 자칫 엄숙하고 무겁고 힘들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각고의 노력과 치열한 구도의 집중수행시간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본 존재여행에서는 어쩌면 ‘수행도 좀 가볍고 재미나게 할 수 없을까’하고 사유해봅니다.

인식은 반복하는 습관 때문에
변화없이 고정돼 있다고 믿어
무상 진리 생활에서 발견하고
창조생활로 낯선 기쁨 초대하길

 
최상의 행복인 니르바나를 향해가는 구도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행복을 위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보리심을 일으키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보리심은 절대적인 보리심과 상대적인 보리심이 있습니다. 상대적인 보리심은 세상에서 일체존재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이번 주 존재여행에서는 일상에서 가벼운 기쁨과 행복감을 누리기 위해 창조적인 일상을 가꿔보면 어떨까요? 지금 여기 이순간의 현존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깨어있다면 재미있고 환희로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며칠 남도의 꽃향기가 전파를 타고 바람에 실려 이곳 김포 승가대학교까지 전해왔습니다. 저는 남도로 내려가 꽃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지인이 보내준 스마트 폰 속 사진으로 꽃을 볼 수 있었지요. 저는 사진 속 꽃을 바라본 후 눈을 감고 꽃향기와 바람과 햇살을 제 존재에 초대해 보았습니다.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치 제 자신이 그 매화 앞에 존재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고, 달콤하고 진한 매화향기가 제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 향기는 제 가슴을 설레게 하고, 얼굴엔 미소를 짓게 하여, 종일 봄을 누리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면서 지낸 기억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현실적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는 이들, 혹은 어떤 이유로든 각박한 현실 때문에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지 않은 이들에게 권해봅니다. 무엇이든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 잠시 눈을 감고 상상으로 그 풍경을 자신의 몸으로 초대해보시길 권합니다. 자신이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에서 행복감을 누릴 수 있으면, 가까운 이부터 알고 있는 모든 이들, 미워하는 이들까지도 상상으로 그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초대해 보시길 바랍니다. 마음이 넓어지고 유쾌해지고 더 기뻐질 것입니다.

지구별의 아름다운 풍경을 누리는 것이 집착하는 고통을 낳지 않는다면 존재여행의 목적인 진정한 열반을 향해 가는 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간은 꼭 꽃향내 뿐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 행하는 것들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행동해보기를 권합니다. 우리의 인식은 어떤 것을 매일 반복하는 익숙한 습관 때문에 늘 변화하여 새롭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변화하고 있는 무상한 현실을 망각하기가 쉽지요. 무상(無常)의 진리를 생활에서 발견하고 깨어있기 위해 창조적인 생활로 낯선 기쁨을 초대해보세요.

예를 들면, 매일 가던 길 외에 다른 길로 걸어보거나 다른 방식으로 걸어보기, 콧노래 허밍을 하면서 걸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도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새봄의 설렘과 함께 옷장 문을 열었는데, 입을 옷이 없다고 판단되나요? 새 옷을 구입하는 대신 과감하게 염색물감으로 선 하나만 긋거나, 색실로 곡선 하나라도 수를 놓는다면 색다른 옷이 될 것입니다. ‘망칠 것’이라는, ‘해 본적이 없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내려놓고 실행해본다면 말이죠. 소비에 길들여진 인식을 환경보존과 생태적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작고 기쁜 수행입니다.

이외에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살아왔던 방식의 틀을 깨고, 하고 싶었지만 ‘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를 시도해보세요, 그래서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낸다면 창조적이고 재밌는 깨어있음 수행으로 존재여행을 풍성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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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2017-03-13 11:54:38
탐진치가 별도로 존재하는것이 아니라,
중생의 근본에너지의 바탕 그 자체입니다.

nirvana의 경지란 탐진치만 없는경지가 아니라,
줄생근본 바탕일체가 소멸된 경지입니다.

nirvana의 경지는 빛으로 드러나는 경지가 아니며,
빛을 본다고하는 것은,
nirvana의 경지가 아니라, 그저,
중생의 근본바탕인 오온의 경계일 뿐입니다.

만일 nirvana를 증득 했다하드라도,
그 행복감은 잠시일뿐, 슬픈 중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은 어찌 되겠읍니까?!

박영순 2017-03-10 00:16:43
'스마트폰 속, 꽃의 사진에서 봄의 향기와 바람과 햇살을 자신의 존재 속으로 초대하기 위해' 눈을 감으신 스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저 또한 봄 의 기운을 느껴봅니다.

'지금 이 순간의 현존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깨어있다면', '반복되는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 모든 것은 항상 변하고 새롭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 지구별에서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존재여행이 창의적이고 재밌고 풍성하리라고 여깁니다.

깨어있도록 이끌어주시고 귀한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