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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정영숙씨-상

기자명 법보신문

아픈 결혼 생활 중 불연
아이와 매주 사찰 다니며
1000일 108배 참회 입재

▲ 40·은혜심
어릴 적 엄마 손에 이끌려 나는 아주 특별한 외출을 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분위기는 나를 압도했다. 그 특별한 외출을 한 곳이 바로 부산 홍법사이다. 그리고 그 특별한 외출은 이제 나에게는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간호대학을 가기 위해 엄마와 1000배를 할 때에도, 불자 기본교육 단계인 신행학교를 다닐 때에도 내가 왜 기도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 엄마가 그저 시키는 것이라 어쩔 수 없이 억지 신심을 내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나도 한 아이의 엄마, 또 아내라는 이름의 삶을 살면서는 불교를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나의 결혼생활은 생각지 못할 만큼 힘들었고 결국 아픈 결정을 내려야 했다. 혼자서 극복하기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방황과 혼란의 시기…. 아픔을 견디고 버티기만 했다. 친정엄마는 그런 나를 말없이 다시 홍법사로 데려가셨다. 그날 정말 원 없이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다시 난 매주 아이와 절에 다녔다. 아이가 여섯 살 되던 해부터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지금까지 법회 장학금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으니 성실하게 절에 다녔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어린이법회 자모 활동을 하면서 마음 둘 곳이 필요했다. 무엇인가 의지하고 싶은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스스럼없이 다가서고 싶었고 힘든 결정에 대한 나 자신의 모습을 어디에도 표시 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다른 누군가와 함께 부처님께 기도하며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읽은 듯 어느 날 홍법사 어린이법회를 이끄시는 김경숙 소장님께서 “우리 도반이 되어 매일 기도해보자”라고 제의를 했다. 이 제안이 어쩌면 나를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는 결정적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엔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이어갈 수 있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결심했던 마음과 달리 ‘세향기도반’에서 실천해야 할 매일 매일의 기도가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하루, 이틀 기도에 빠지는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하기 싫어졌다. 그러다 점점 기도를 소홀히 하고 말았다.

왕초보 불자인지라 한 가지 보다는 여러 가지 수행을 접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도반들과 함께 100일마다 입재와 회향을 반복하며 가장 기본이 되는 ‘천수경’ 독경을 시작으로 다라니 21독 주력, ‘한글반야심경’ 사경과 독경, 관세음보살수인사불, 108배 참회기도를 이어 왔다. 특히 108배 참회 기도를 할 때는 절을 하면서도 온갖 생각이 밀려왔다.

‘내가 왜 이 기도를 해야 할까?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 아니면 나 스스로의 수행을 위해서일까…?’

매일 ‘천수경’을 시작으로 108배를 하고 나면 세향기도반 네이버 밴드에 일상의 소감과 회고를 간단히 기록하면서 수행기를 작성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간단한 수행일과였음에도 많은 생각들로 혼란스러웠다. 묵묵히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수행을 올리는 언니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 언니들은, 저 도반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기도를 올릴까 라는 의문만 커졌다. ‘나만큼 저들도 힘든 걸까?’ 아니면 ‘누구의 강요에 의해 기도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럴 때마다 결론은 수행으로 이어졌고 다시 용기를 냈다.

그렇게 느슨해질 만하면 도반들의 끈기에 자극 받아 게으른 마음을 추스르곤 했다. 포기하려하면 어김없이 소장님의 러브콜이 날아왔다. 도반들의 격려와 관심 속에 지금까지 포기 없이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세향기도반의 1000일째 수행이 다가 올 무렵, 소장님의 발표가 있었다.

“자모님들의 끈기로 보아 이제는 동림 어린이 법회도 재가안거 수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아이들과 자모가 도반이 되는 겁니다. 책임 있는 어머니가 되고 끈기 있는 어머니가 되어 주세요. 가족이 함께하는 신행을 만들어 갑시다. 그것을 이제 시작해 봅시다!”

이렇게 동림 법회 어린이들도 재가안거 수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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