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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스님 잘 모시세요”

법산 스님, 불자들에 당부
스님들 계율 어기면 ‘지적’
출·재가 노력해야 청정승단

지난 3월4일 조계종 디지털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 스님의 격려사가 포교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10년간 디지털대학 교무위원장을 맡아 전문포교사 양성에 힘써온 공로로 이날 감사패를 받은 스님은 졸업생들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건넸다.

“여러분은 초심자가 아닙니다. 불자들 중에서도 지도자급 불자들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들이 스님을 잘 모셔야 합니다.”

그렇지만 법산 스님은 일부 스님들이 으레 하는 말처럼 출가자는 삼보의 하나이니 존중받아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스님은 말을 이어나갔다.

“어떻게 해야 스님을 잘 모시는 걸까요? 스님을 근사한 곳에 데려가고, 맛 좋은 것을 대접하면 잘 모시는 걸까요? 아닙니다. 스님이 계를 잘 지키도록 하는 게 가장 잘 모시는 겁니다.”

1980년대 대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스님은 한국불교가 대만불교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하고는 했다. 이날도 대만불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대만불자들은 스님들이 계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게 생활화됐습니다. 술은 물론이고 음식에 고기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절대 팔지 않습니다. 스님이 계율을 어기는 것을 그냥 두면 범계를 용납하는 죄가 됨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행여 스님에게 고기를 대접하거나 술을 마셔서는 안 됩니다. 스님이 계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게 되면 적극 만류하세요. 스님이 파계를 하고 비행을 저지르면 결국 신도들이 상처를 받고 불법도 쇠멸합니다. 스님을 잘 보호하고 스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모든 불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법산 스님의 말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어느 졸업생은 “맞습니다!”라며 큰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오늘날 한국불교에서 스님과 재가불자의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님이라면 당연히 존경받고 지시하는 존재로, 재가불자라면 당연히 존경하고 지시받는 관계로 고착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다보니 부처님의 가르침보다 스님의 말이 앞서는 일들이 벌어지고, 재가불자들도 스님을 위한다는 구실로 불법과 계율을 돌아보지 않는 사례들도 많다.

그렇지만 애초 스님과 재가불자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부처님 당시 제정된 율장의 상당 부분이 재가불자를 의식해 만들어졌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보시와 외호를 담당하는 재가불자의 신뢰를 잃는다면 승단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 이재형 국장

 

 

법산 스님의 말처럼 출가자와 재가불자의 관계가 이상적인 곳이 대만불교다. 출가자는 계율을 가장 우선시해 윤리적인 생활을 하고, 재가불자들은 스님들이 계율을 잘 지키도록 돕는 것이 불자의 의무임을 잊지 않는다. 한국 스님이 대만에 가서 국수를 시켰다가 멸치가 들어가서 드릴 수 없다거나, 한국불자들이 스님에게 고기를 시켜드리는 모습을 보고 질색해 음식점에서 나가달라는 일들도 벌어진다. 승단이 청정하지 못한 것은 스님들만의 탓이 아니라 불교인 모두의 책임이라는 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법산 스님은 이날 디지털대학 졸업생들에게 스님이 술 마시고 고기 먹는 것을 보면 조용히 옆에 가서 이런 말을 꼭 들려주라고 덧붙였다.

“스님, 출가하셔서 술 마시고 고기 드시면 안 되잖아요. 스님이 계속 이러시면 지옥 갑니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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